급작스럽지만 많은 고민 끝에 올여름 한국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바기오에 오래 살줄알고 살림도 많이 장만했는데 다 땡처리 하겠네요. :( 특히 팔기도 힘든 마사지의자와 킹사이즈 원목 수제 침대, 내집도 아닌데 내돈들여서 추가한 1000리터 물통이 속쓰립니다. 뭐 정말 튼튼한 원목침대는 일년이지만 화끈하게 썼으니까... 한국에서 정착까지 하고 싶지는 않고, 딱 2년만 있다가 그 다음에는 호주나 캐나다에서 2년, 총 4년 후에는 와이프 대학원까지 마치고 다시 필리핀으로 올 생각입니다. 그때는 아마 마닐라로 갈 것 같네요. 보니파시오나 그 근처로. 와이프 전문직 사회생활도 시켜 주고 싶고, 막상 겪어보니 저도 아직 필리핀 시골에서 은퇴하기는 약간 이른 듯 합니다. 필리핀 살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당연히 새 와이프를 얻은 거겠죠. 착하고 키크고 몸매 좋고 예쁘고 똑똑한, 사립 고등학교 나오고 영어도 잘하는 10대 여대생을 온라인 채팅으로 만나서 결혼까지 하다니. 40대 후반 머머리에 배나오고 키작고 재산도 없는 이혼남한테는 늘 새삼 느끼는 너무 과분한 기적같은 일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영어로 자유스러운 의사소통은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는 절대 찾기 어려운 조건 이었겠죠. 그다음으로 마음에 들었던 것들은 저렴한 인건비, 해변, 역인종차별이었고, 불만이었던 것은 열악한 관광 인프라와 그에 어울리지 않는 물가였습니다. 특히 열악한 등산로 개발과 등산 인프라 너무 아쉬워요. 이런 천혜의 산들을 그냥 썩히는게 참... 막상 필리핀 오면 어느정도 개척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쉽지 않더군요. 서울가면 좋은 산악회 가입해서 등산 실컷 다니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 가정부 너무 마음에 드는데 아쉬워요. 바기오 담배가 금지라 덕분에 지난 일년동안 금연 성공한것도 좋네요. 필리피나들 평균적으로 너무 펑퍼짐하고 얼굴이 안이쁜건 좀 섭섭... 물론 저는 술집 안 다니니까 상관없을 수도 있지만, 방콕에서는 거리 산책하면서 미인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 했거든요. 덕분에 앙헬레스 워킹스트리트 몇번 들렸어도 절대 유혹은 안들어서 좋았습니다. 이제 천천히 필리핀 생활도 정리해야 하는데, 지난 1년동안 참 열심히 여행 다니긴 했지만, 이제 4-5개월 밖에 안남았다고 생각하니 엑스박스는 팔아치우고 남은시간 더 알차게 보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