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쇤다는 이유로 귀국했어도 차례지내고 세뱃돈 나누어 주고나면 딱히 별 할일도 없어 흐린 날씨에도 가까운 도봉산의 둘레길을 걷다가 명절에도 문을 열고있는 허름한 주점에 막걸리라도 한잔 하려 들렸다가 여차여차한 사정으로 고향에도 못갔다는 두 청년의 합석 제의에 (손님이라곤 그들과 제가 혼자라서 딱해 보였을지도...) 기꺼이 응해서 막걸리 마시며 이얘기 저얘기 속에 듣게 됀 한마디. "한푼 두푼 모아서 언제 장가들고 집사고 하나요... 그렇다고 남들처럼 한푼 두푼 쓰다보면 신불자가 돼는데..." 알게 모르게 이런 청년또래들이 적지가 않단다.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공연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끼니를 굶던 시절도 지내왔고 배고픔 보다는 공정과 자유를 외치며 최루가스도 마시며 나이먹어 매년 호봉 오르는 낙으로 지내다, 이제 '지공선사'의 지위에 올랐건만... 만류하던 두청년의 손사래를 뿌리치며 오만원 한장내고 천원짜리 몇장을 챙긴채 서둘러 도봉산역으로 잰걸음을 옮겻는데... 아직도 마음이 가볍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