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저녁 마닐라 공항 1터미널로 입국하였습니다. 여자친구가 마중을 나왔고 평소처럼 그랩을 잡으려고 했는데, 목에 '마닐라 공항 공식 로고가 새겨진 명찰'을 패용한 남자가 다가와서는 '공항의 혼잡을 막으려고 그랩이나 일반 택시의 터미널 진입은 허용되지 않는다, 공항측에 허가를 받은 드라이버들만 손님을 태울 수 있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당연히 무시했는데, 여행을 많이 안 다녀 본 순진한 여자친구는 그 남자가 끈질기게 따라 붙으며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니 결국 믿어 버리더군요. 그랩 잡으려고 폰을 들기만하면 와서 말 거는 남자가 귀찮기도 하고 시간도 너무 늦어 피곤했기에, 지들이 바가지를 씌워봐야 BGC까지 500~800페소 정도 이야기하겠지 하고 그 서비스 라는 거 불러달라 했습니다. 차를 기다리는 동안 여자친구가 몇 번이나 타갈로그어로 그 남자에게 가격에 대해 문의를 했지만 자기들 운임표가 있다는 말만하며 정확한 답변을 하지 않더군요. 이때 바로 사기꾼 따위 완전히 무시하고 그랩을 알아보던 택시를 타건 했어야 하는데 이미 지난 일이니 후회해도 소용이 없죠 ㅎ 진짜 한참을 기다려서야 결국 차가 왔는데, 역시나 행선지 묻지도 않고 일단 가방부터 싣더군요. 가격을 물어봐도 역시나 운임표가 있다는 말 밖에... ㅎㅎ 결국 큰 길에 나가서야 가격표라는 걸 보여주는 데 BGC까지 2500페소를 이야기하더군요. 어처구니가 없어서 여자친구가 뭐라고 따지자 마치 큰 인심을 썼다는 듯 '스페셜 디스카운트'라며 1900페소만 달라고 하더군요. 아무리 외국인이라고 해도 30분도 안 걸리는 거리에 2000페소는 터무니 없는 금액이죠. 하지만 얼마 전 총 맞아 죽은 관광객 뉴스도 떠오르고, 한참 속도를 내면서 돈 안주면 큰 길에 그냥 버리겠다고 협박하는 운전수, 차를 기다리면서 보니 이 놈들이 적어도 수십명은 되는 규모기에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서 일단 꾹 참았습니다만 아직도 화가 가시지 않네요. 안 그래도 필리핀 여행 자주 오는 부모님께서 그 동안 숱하게 당했던 바가지와 사기꾼들 기억 때문에 필리핀이라는 국가와 사람들에게 엄청 안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고, 아직 만나본 적도 없는 여자친구와의 결혼을 단지 필리핀 사람이라는 이유로 결사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요즈음 필리핀 상황이 좀 나아지지 않았나? 싶었던 제 기대를 완전히 작살 내버린 사기꾼들이 진심으로 너무 괘씸합니다. 이 사기꾼들 효과적으로 신고할 방법 없나요? 사라진 제 1900페소를 돌려 받을 방법이 없다는 건 알고 있는데, 절 엿먹인 이 놈들 저도 엿 먹이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솔까말 필리핀 경찰도 그닥 신뢰가 안 가니 가능하면 공론화를 시키고 싶은데 좋은 방법 없을까요? 마침 어떤 필리핀 의원이 공항 세관에서 만 페소를 뜯겼다가 큰 이슈가 되고 있다고 알고 있어서 공론화 시키기는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되는데, 혹시 좋은 방법 아시는 분들 있으면 댓글 좀 부탁드려요. 제가 영어 회화는 되는데 작문이 약해서 그러니 영어나 타갈로그어로 번역하여 공유해 주실 분이 있으면 도움이 될 것도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