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얼마전에 필리핀 발레어가는 버스편 여쭤봤었는데요, 여행 다녀와서 후기 남깁니다. 자정이 막 넘은 새벽에 클락공항에 도착을 했습니다. 공항 외부로 빠져나오니 새벽 1시 반쯤 되었고요, 서프보드를 싣을 수 있는 6인승 그랩카를 호출 시도하였습니다. 한국분들이 밴이나 그랩 타고 모두 사라지실 즈음까지 한시간 정도 기다렸는데 6인승이라서 없었는지, 아니면 그냥 그 시간이 안잡히는 시간이었는지, 결국 못잡았어요 ㅎㅎ. 말씀해주신 대로 블루택시 타는 곳으로 찾아갔는데 블루택시도 4인승 밖에 없고, 6인승은 쿠폰 택시밖에 없었어요. 다우까지 700페소 달라길래 그냥 줬어요. 그렇게 심한 바가지도 아닌 것 같고 비도 오고 피곤하기도 하고 ㅎㅎ 다우 터미널에 도착해서, 또 말씀해주신대로 제일 먼저 보이는 UV Express 밴 터미널은 살펴보니 텅텅 비어있었습니다. 그래서 또 다른 분께서 말씀해주신대로, 안쪽 버스정류장으로 들어가서 안내하시는 분께 산페르난도팜팡가 플리즈~ 말씀드렸더니 오롱가포로 가는 편이 산페르난도를 경유해서 가니까 그걸 타라고 해주시더군요. 딱 댓글달아주신 필고회원님 말대로였습니다. 안내원분한테 감사하다 말씀드리고 오롱가포 버스를 타러 가는데 직원으로 보이는 청년이 어디가냐고 물어봐서 오롱가포라고 했더니 Olongapo(SCTEX)라고 쓰여진 빅토리라이너 버스로 안내 해주고, 서프보드 싣는것 까지 도와줘서 너무 고마움을 느끼려는 찰나, 200페소 내놓으라고 하더라고요 ㅋㅋ 호구잡혔구나라는 생각에 좀 허탈하긴 했지만, 얘들 알바하나보다 생각도 들고 ㅋㅋ 그냥 솔직히 고맙기도 했고 하는 짓이 귀여워서 그냥 줬습니다. 그렇게 마무리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앞자리 승객이랑 눈이 마주쳐서 별 생각 없이 디스 버스 산페르난도팜팡가 오케이? 하니까 아니라고 해서, 다시 기사님한테도 물어보고 승조원한테도 물어보니 아니라고... 그래서 저는 속으로 오롱가포 맞는데 뭐지??? 하고 다시 안내원 분께 물어보니 산페르난도는 Olongapo(SanFernando)라고 쓰여진걸 타야한다해서 부랴부랴 서프보드 내리고, 다시 다음 버스를 탔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SCTEX는 고속도로 이름으로 SCTEX라고 쓰여진 버스는 산페르난도를 안들리고 바로 오롱가포로 향하는 버스였습니다. 아, 내려서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중에 아까 그 200페소 받아간 청년이 지나가다가 눈이 마주쳤거든요 ㅋㅋㅋㅋ 아무말 안하고 있으니 조금 후달렸는지 저보고 애니 프라블럼?? 이러길래 그냥 씩 웃으며 잇츠오케이 네버마인드~~하고 보냈습니다 ㅋㅋ 짜식 제가 다시 내려있으니까 조금 걱정은 됐나봐요 ㅋㅋㅋㅋ 그리고 서프보드가 짐칸에 안들어가더라고요. 버스마다 다르다고는 하던데 일단 그 버스에는 안맞아서 어쩌지 하고 있는데, 기사님과 승조원님이 그냥 버스 객실 안에 싣어주셨습니다 ㅋㅋㅋㅋ 그래서 저는 최대한 뒷자리로 ㅎㅎ. 여하튼 지금 생각해보니 아찔하네요. 만약 앞자리 승객이랑 눈이 안 마주쳤다면, 그리고 물어보지 않았다면... ㄷㄷ 아무튼 그렇게 산페르난도팜팡가에 도착해서 카바나투안 가는 버스를 타려고 사무실에 물어보니 여기에서는 카바나투안 가는 버스가 없다는 겁니다. 알고보니 제가 미리 알아봤던 버스는 제네시스 버스였는데, 여기는 빅토리라이너 버스만 서는 정류장이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한 필리핀 어린 청년이 오더니 씩 웃으면서 어디서 왔냐, 어디가냐고 묻더라고요. 그때 제가 좀 지쳐있어서 살짝 무시하고 대충 대답했는데, 그 청년이 계속 끈질기게 물어보길래 카바나투안~ 했더니 주위사람들에게 뭘 막 물어보더니 저보고 트라이시클 타고 SM시티팜팡가까지 가면 거기서 버스가 있다고 말해주는 겁니다. 순간 너무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어요. 다우에서 200페소 뜯기고 호구되어서 좀 경계하고 있었는데, 아무런 저의 없이 호의로 저를 도와준 아이를 무시한게 좀 미안했습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다시 하고 트라이시클을 탔습니다. 서프보드를 지붕에 묶는데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대충 묶더라고요 ㅋㅋ 아무튼 조마조마하면서 트라이시클을 타고 SM시티팜팡가 맞은편 미니정류장에 내렸습니다. 150페소 달라길래 바가지가 심하다 생각했지만 또 그냥 줬어요 ㅋㅋ 새벽에 비도 오고 서프보드도 싣고 고생했는데 그냥 드렸어요. 그 미니정류장은 지금 생각하면 정말 정류장인가 싶을정도로 컴컴하고 휑했는데, 그래도 5분도 안되어 카바나투안이라고 쓰인 버스가 오더라고요. 버스가 오니 또 귀신같이 버스를 타는 사람들이 나타납니다. 그렇게 서프보드 싣고 출발할 즈음 시간이 5시 반정도 되었을거에요. 신기했던게, 버스 좌석이 왼쪽 3줄 오른쪽 2줄 5줄이었어요. 이번에는 서프보드가 짐칸에 딱 실렸습니다 ㅎㅎ 그 버스를 타고나서 저는 곯아떨어졌는데요 ㅎㅎ 조금 지나니 얼굴이 뜨겁길래 보니까 해가 떠있더군요~ 정확히 두시간 걸려서 7시 반에 카바나투안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다시 버스에서 내리는데 누가 저를 보더니 발레어? 팔로미~ 이러는거에요. 확실히 필리핀에서는 발레어가 서핑으로 잘 알려져있는지, 제 서프보드를 보고 제가 발레어에 가나보다 그렇게 생각했나봐요. 그래서 오케이하고 군말 없이 따라갔더니 발레어 가는 오로라 버스에 데려다주더라고요. 한국에서 세웠던 원래 계획은, 아침8시에 출발하는 제네시스버스를 타는 것이었는데, 제 눈으로 발레어를 확인한 이상 굳이 제네시스 버스를 타려고 더 돌아다닐 필요가 없을 거 같아서 그냥 오로라 버스에 냉큼 탔습니다. 그리고 절 안내해준 사람은 역시나 상인... ㅎㅎ 땅콩을 파시길래 50페소 주고 한움큼 샀습니다. 공항부터 아무것도 못 먹어서 그런지 땅콩은 정말 맛있더군요. ㅋㅋ 근데 삼십분을 기다려도 버스가 출발을 안하는 겁니다. 그래서 기사님께 물어봤더니 9시반에 출발한다고... 얼마나 걸리냐고 여쭤보니 4시간 걸린다고 ㅋㅋㅋ 이미 8시는 넘었고 그냥 포기하고 터미널 좀 돌아다니면서 화장실이나 들렸어요. ㅎㅎ 서프보드는 짐칸에 잘 실렸는데, 다른 분들 짐을 싣더니 칸이 모자랐나봐요. 제 서프보드를 다시 객실 안으로 싣길래 저는 또 다시 뒷좌석으로 갔습니다. ㅋㅋ 아무튼 오로라버스를 타고 9시반에 카바나투안을 출발했습니다. 판타방안을 지나면서 들어선 산길에 능선을 따라 닦여있는 왕복 2차선 도로를 따라 가는데 그 풍경이 너무 신기했어요. 길을 따라서 듬성 듬성 보이는 짓다 만 것 같은 집들과 식당, 미니수퍼들. 정말 사람이 살까 싶은 곳이지만 그들은 살아가고 있더군요. 가면서도 몇번이나 버스가 멈추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그 산길을 지나 결국 발레어에 도착했습니다. 완행버스였는지 모든 정거장을 다 서더라고요. 100키로 남짓 되는 거리를 가는데 4시간이나 걸리는 이유를 알겠더군요. 아무튼 도착했을 때가 오후 한시 반이었어요. 기사님 말대로 정말 정확하게 네시간 걸렸습니다. 발레어에서 사방비치에 있는 숙소까지는 트라이시클을 타고 갔어요. 50페소라고 해서 그냥 드렸어요. 확실히 시골이라 그런지 바가지도 덜 했고요. 그렇게 도착해서 4박 5일간 사방비치에서 열심히 서핑을 즐겼습니다. 운좋게 파도도 계속 좋게 들어왔고요, 무엇보다 발레어의 사방비치는 정말 너무나도 아름다웠습니다. 또 필리핀 다른 곳의 물가를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속단할 수는 없었지만, 관광지임에도 물가도 우리나라보다 저렴했어요. 제 예산이 저예산에 속하는 축이었는데, 생각날 때마다 맥주를 마시고, 호텔 조식을 제외하고는 끼니마다 가격대가 좀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팁까지 챙겨드려도 전혀 부족함이 없더라고요. 그리고 결국... 돌아는 와야겠지요? 돌아오기 전에 계속 생각을 했는데, 돌아갈때는 마닐라 쿠바오를 거쳐가기로 했습니다. 카바나투안-산페르난도를 거쳐가는 경로와 비교해봐도, 대기시간을 포함하면 시간도 별로 차이도 안날 거 같아서, 차라리 환승 횟수를 줄이는게 중요할 것 같았고, 무엇보다 발레어에서 마닐라까지 논스톱으로 가는 제네시스 조이버스가 좌석이 우리나라 우등버스와 똑같이 넓게 되어 있어서 그렇게 했습니다. 짐칸도 넉넉해서 서프보드가 잘 실렸어요 ㅎㅎ 다만 제네시스 버스정류장이 또 발레어 센트럴 터미널이랑 위치가 다른 걸 모르고 가서, 30분 미리 안갔으면 버스를 한 번 놓칠뻔 하긴 했습니다. 뭐 걸어서 5분거리긴 했지만요 ㅋㅋ. 오후 1시에 발레어에서 제네시스 조이버스를 타니 카바나투안까지는 3시간 걸리더라고요. 웃긴 건 중간에 한 두번 잠깐 차를 세우고 기사님과 승무원이 볼일을 보는데, 오줌을 버스에다 갈기더라고요?? 날이 워낙 더우니 오줌으로 버스 주요부위에 열을 식히나??? ㅋㅋ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물어 볼수도 없고 그냥 그런가 보다 할 수밖에요. 아무튼 웃겼어요 ㅋㅋㅋㅋㅋ 그렇게 논스톱으로 카바나투안을 지나 CLLEX-SCTEX를 타고 마닐라 쿠바오에 도착하니 정확히 7시였습니다. 여기서 원래 계획은, 그랩카6인승을 불러서 5키로 남짓 안되는 트리노마 정류장으로 이동한 후, 7시 반에 출발해서 클락공항까지 바로 이동하는 제네시스 P2P버스를 타는 것이었는데, 교통상황을 볼때 트리노마까지 30분 내에는 아무리봐도 불가능할 것 같더라고요. 그 동남아 특유의 트래픽 잼을 태국에서 많이 경험해봤기 때문에 감이 오더라고요 ㅋㅋ 여기도 절대 안될 것 같다는 ㅎㅎㅎ. 일단 조이버스가 내린 곳이 제네시스버스가 출발하는 곳이 아니고 도착 전용 정류장(정류장 이름이 EDSA였습니다.)인 것 같아서 근처 터미널을 찾는데 빅토리라이너 터미널이 가까이 있어서 그리 이동해서 묻고 물어서 다우터미널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서프보드도 잘 실렸구요 ㅎㅎ 그리고 다우에서 그랩카 6인승을 불러서 공항으로 이동 완료~! 첫 필리핀 여행 치고는 사고 없이 무탈하게 다녀왔네요. 모두 필고 회원님들이 잘 알려주신 덕분입니다. 역시 혼자 찾아서 정보를 습득하는 것보다 여러분이 알려주시는 정보가 더 알차고 소중하네요. 필리핀은 가기 전에 걱정했던 것 만큼 무서운 나라가 절대 아니었어요. 제가 오가며 겪은 필리핀은 우리나라랑 별 다를 바 없는 사람들 사는 곳이었습니다. 특히 발레어는... 정말 너무나도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언젠가 다시 가보렵니다.(그땐 그냥 렌트해서 갈래요 ㅎㅎㅎㅎ) 댓글 달아주셨던 분들께 모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