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배낭여행의 전성기에 마닐라에 온 여행객들 십중팔구는 말라떼에 머물렀습니다. 말라테는 이태원과 홍대를 섞어놓은 핫한 동네였죠. 그 중에서도 핫스폿은 카페 아드리아티코 근처였습니다. 배낭여행객들은 그 근처 말라떼 펜시온에서 묶었어요. 4명이 묶는 방이 객당 300페소정도 했어요. 지금 커피빈이 있는 자리가 마닐라에서 최고 힙한 바가 있던 자리입니다. 당시 말라떼는 마닐라의 모든 선남선녀들이 모여들고 게이 레즈비언들의 해방구였습니다. 아름다웠죠. 그때 라이브공연과 게이쇼, 티아 마리아라는 라틴클럽의 수준은 엄청났습니다. 지금 말라떼는... 말라떼 펜션은 1974년 로지 할머니가 창업한 마닐라 최초의 펜션입니다. 이 분이 이태리 여행에서 돌아와서 펜시온이 돈이 된다 생각해서 차렸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이태리말로 여관이라는 뜻의 펜시온. 이 역사적인 여관도 코로나 여파를 못이겼는지 결국 리스로 풀렸네요. 지속적인 레노베이션으로 90년대의 아름다움은 거의 사라졌어요. 이 앞을 지나다보면 마치 순수함을 잊고 변해버린 옛친구를 보는 느낌입니다. 말라떼가 망가져서 누가 리스하던 망할거 같기는 합니다. 주인 가족이 했는데도 망조가 들었으니. 여하튼 뭔가 짠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