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렷을때 잡탕밥에 대한 환상이 있었어요. 귀한 손님이 오시면 아버님과 손님이 잡탕밥을 드셨는데 혹여 남기시면 맛본 그맛이 특별했습니다. 90년대 초 필리핀에 와보니 이 스타일의 음식이 특별한게 아니고 중식당에 가면 가장 흔한 음식이었습니다. 잡탕밥이 알고보니 찹수이. 식당에서 남은 식재료 다 때려넣고 볶아낸 음식인데 필리핀 화교들이 많이 먹습니다. 찹수이가 가장 맛있는 곳이 바기오입니다. 이유는 재료 대부분이 바기오에서 재배되니 식당마다 흔하게 팝니다. 지금도 집에서 자주 해먹습니다. 바기오에서 찹수이가 흔한이유는 캐논로드와 관련이 있습니다. 1903년 미군은 시원한 바기오에 휴양시설을 건설하려고 도로공사를 합니다. 책임자가 캐논대령이었는데 전세계 36개국에서 노동자들을 데려옵니다. 이들 중 중국인과 일본인들이 많았는데 이분들이 도로 공사가 끝나고 바기오에 정착합니다. 사진보면 사망자가 수백명인게 이해가 갑니다. 이들 중 조선인 측량기사도 있었습니다. 당시 정착한 중국인들은 배추,청경채,브로콜리,당근같이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채소를 재배했고 일본인들이 도매상으로 활약하면서 바기오가 채소재배의 메카가 됩니다. 즉 요즘 한식당에 공급되는 채소들이 사실 캐논로드 건설한 중국노동자들이 처음 재배한겁니다. 태평양전쟁때 일본군은 본토에서 미꾸라지를 가져올정도로 식량공급에 진심이었지만 채소는 이미 바기오에 풍부했습니다. 찹수이 집에서 해드세요. 라면만큼 만들기 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