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가 한국에 와서 조금이라도 빨리적응하라고 무료 구청프로그램 대신 대학에서 유학생들용 매일 4시간씩 하는 한국어수업을 두학기 째 듣고 있습니다. 공부 아주 쎄게 시킵니다. 그런데 저는 더 하자고 했는데 와이프가 이번학기 까지만 하고 그만 두겠다고 합니다. 한국말도 집에서 저랑 조금씩 써오다가 그냥 치아버리고 다시 영어만 씁니다. 저도 머리아프게 한국문법 가르치는 것보다 아직 약간 남아있는 따글리쉬 억양이나 지적 해 주는게 와이프한테 더 나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필리피나가 한국에서 잘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건 한국말이 아니라 영어더군요. 한국어 유창하게 잘 해봤자 여기서 갑자기 사회생활 괜찮게 하는 한국 친구들 사귀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와이프는 좋은 직장에 해외여행도 좀 해본 친구가 둘 있습니다. 당근 통해서 일주일에 두번씩 만나서 한국어/영어회화 과외 교환하기로 했는데 아주 놀러 잘 다니고 한국어학당 친구들보다 나아요. 또, 한국어 유창하게 해봤자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시급 만원 받는 직장도 구하기 쉽지 않은데, 나름 영어회화 과외한다고 시간당 3만원씩 받습니다. 숨고에 올리니까 아직 대학졸업도 안해서 걱정했는데 의외로 견적요청 많이 들어오더군요. 수도권 아니고 지방에 사는데도 그렇습니다. 아직은 한국어학당 다니느라 학생 둘만 받고 더 안받고 있는데, 여름부터는 학생을 더 늘리든지 학원에 취업하든지 하려고 합니다. 학생들이 영어회화 과외라고 해서 영어로 수업하는걸 선호하니까 한국말도 별로 할 필요도 없더군요. 물론 필리피나라고 다 영어를 잘 하는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한국사람들과는 시작하는 베이스가 다릅니다. 아무리 배워도 한국사람 따라잡기 힘든 한국말보다, 필리피나들의 강점인 영어실력을 더 열심히 쌓는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