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하기 좋은 필리핀 만들테니 한국기업들 많이 와달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왼쪽)과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이 2일(현지시간) 수도 마닐라 대통령 관저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마르코스 대통령은 장 회장에게 한국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FTA의 조속한 비준을 비롯해 인프라, 광물, 농식품에 이르는 3대 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필리핀은 'BBM(Build Better More)'으로 새롭게 거듭날 것입니다. 약 200개에 달하는 주요 인프라스트럭처 프로젝트는 한국 기업에 큰 기회가 될 것입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수도 마닐라 대통령 관저(말라카냥궁)에서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과 만나 필리핀 경제성장에 한국이 최적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2022년 6월 취임한 마르코스 대통령이 가장 주력하는 것은 인프라 구축이다. 낙후된 시설을 업그레이드해 경제성장 기반을 탄탄히 하겠다면서 '바공 필리피나스(Bagong Pilipinas)'를 기치로 내걸었다. '새로운 필리핀 건설'이라는 의미다. 새로운 필리핀의 핵심은 '제조업 강화'다. 관광과 콜센터를 비롯한 서비스 산업 위주인 필리핀 경제 구조를 탄탄한 제조업 기반으로 바꿔 연간 6~7%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 같은 경제구조 체질 개선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에 큰 시장이 열릴 수 있고, 필리핀과 동반 성장할 수 있다고 마르코스 대통령은 힘줘 말했다. 그는 "항만과 철도 같은 사회기반시설은 물론 청정에너지시설 구축과 반도체 공급망에도 대거 투입될 것"이라며 "이 모든 것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Ease of Doing Business)'를 만들기 위한 큰 그림"이라고 강조했다. 양국이 손잡은 초대형 인프라 사업 'PGN 해상교량 프로젝트'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한동안 지지부진했는데 한국 지원 덕분에 속도를 내는 중"이라며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주변 지역경제가 들썩일 정도로 판도를 바꿔놓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PGN 해상교량 사업은 파나이, 기마라스, 네그로스 3개 섬을 다리로 연결하는 계획이다. 총연장 32.47㎞에 달하는 필리핀 핵심 인프라 사업으로, 한국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최대 지원 사업으로 꼽힌다. 무려 7600개가 넘는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은 섬과 섬 사이를 잇는 다리를 건설하는 것이 정부의 큰 과제일 정도로 다리가 중요한 사회기반시설이다. 마르코스 대통령의 'BBM 구상'은 이미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2월 '필리핀 마닐라 니노이아키노국제공항 개발·운영사업'을 수주했다. 이 사업은 최대 25년(2024~2049년) 동안 마닐라공항의 운영·유지보수를 전담하며 단계별 시설 확장과 개선을 진행하는 투자개발사업이다. 사업 기간에 예상되는 누적 매출액이 36조9000억원(약 275억달러)에 달하고, 투입되는 총사업비(공항 운영 및 시설 개발에 투입되는 비용)가 4조원(약 30억달러)에 이른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수주한 해외 사업 중 역대 최대 규모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최근 한국 과일 값이 급등한 현상에 대해서도 필리핀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필리핀의 과일을 잘 가공해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식탁에까지 배달하고 싶다"면서 "냉장 운송과 글로벌 배송망을 비롯한 관련 인프라를 대거 확충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한동안 농업부 장관을 겸임할 정도로 식량 안보를 직접 챙겨왔다. 장 회장은 "한국에도 바나나와 망고 같은 필리핀 과일 마니아가 많은데 좋은 계획"이라며 "점점 중요해지는 식량 안보와도 직결되는 만큼 대통령이 직접 농업 생산성과 식품 가공을 챙기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양국 수교 75주년의 의미를 되새기고 축하하는 인사말도 전했다. 이날 만남은 또 반세기 전인 1973~1976년 주필리핀 대사를 지낸 고 장지량 공군참모총장과 아버지 마르코스 대통령의 추억을 되새기며 관저를 깜짝 투어하는 뜻깊은 자리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