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매월 1억원이 넘는 돈을 상납했으며, 돈은 지휘비와 군인저축 등에서 마련했다.”

필리핀 정계가 ’군 장성 상납금’ 파문에 휩싸였다. 파문의 중심 인물은 군 총참모총장에다 국방장관을 역임한 안제로 레예스로 총참모총장 재직 시 부하들로부터 퇴임까지 2년 동안 매월 1억∼2억원의 돈을 상납금으로 받았으며, 그 외에도 퇴직금 명목으로 거액의 돈을 챙기는 등 의혹을 받고 있다고 현지 일간신문 필리핀 데일리 인콰이어가 28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조지 라부사라는 예비역 중령의 ’양심 선언’을 인용해 레예스 전 국방장관이 지난 2001년 총참모총장 퇴직 시 퇴직금 명목으로 5천만페소(12억원) 이상을 챙겼다고 전했다.

라부사는 전날 상원의 한 특별조사위원회 증인으로 참석해 당시 군경리감이던 하신토 리곳 중장과 함께 ’백악관’으로 불리는 아귀날도 군 기지 내의 레예스 집무실을 직접 방문해 퇴직금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레예스가 매월 1억2천∼2억4천만원을 상납금으로 챙겼으며, 돈은 무게를 고려해 미화로 환전해 전달했다고 밝혔다. 상납금 수령자 명단에는 디오메디오 빌라누에바와 로이 시마투 등 전임 총참모총장, 군 장성, 의무감 심지어는 군 고위장성들의 정원사와 수위들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라부사는 군 고위장성들에게 거액을 상납하는 것은 군의 오래된 ’전통’(tradition)으로, 돈을 상납한 군인이 고위직에 오르면 자신에게도 상납할 것을 요청해왔다고 전했다.

부정축재 혐의로 예편을 당한 라부사는 또 다른 경리감 카를로스 가르시아 장군 밑에서 일하면서 지난 2001∼2002년 2년 동안에만 252억원을 환전해 상납금으로 충당했다고 밝혔다.

상납금은 주로 지휘비(PCDA)와 군인저축에서 충당했으며, 실제 10만명밖에 되지 않는 군병력 수를 12만명으로 부풀려 마련한 돈으로는 군 장교들의 다른 비용으로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레예스 전 국장방관은 “돈을 받은 기억이 없다”며 라부스의 주장을 강력 부인했으며, 다른 관계자들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 사실이 알려지자 현지인들은 “국방에 사용되어야 할 혈세가 일부 썩은 정치 장성들의 주머니로 들어갔다는 것은 부패가 얼마나 확산되어 있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라면서 “그동안 성역으로 인식되어온 군 회계 처리 과정을 차제에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