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중 일부가 필리핀 입국이 불가능한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지만 외교부는 6개월이 지나도록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CBS 취재결과 드러났다.

지난 1월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갔던 초등학생 등 우리 국민 152명이 억류를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비용을 아끼려던 학원 측이 어학연수에 필요한 1인당 15만원의 학업허가증(SSP Special Study Permit) 수수료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억류 사태는 장기화되지 않았고 곧 풀려날 수 있었다.

그러나 억류됐던 이들 가운데 만 15세 이상 11명이 필리핀 당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필리핀에 입국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CBS 취재결과 확인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국민들을 풀려나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에 15세 이상 국민에 대해서만 조치(블랙리스트 등재)를 취하고 억류를 해제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15세 이상 영어연수생들은 학업허가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는 합리적 나이이기 때문에 이들은 블랙리스트에 올린다'는 것이 필리핀 당국의 입장 이었다"며 "대신 정해진 기간 안에 출국하면 블랙리스트 등재 이외에 조치는 취하지 않겠다고 합의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블랙리스트 오른 사람 중 일부는 이런 사실을 통지받지 못한 채 필리핀에 입국했다가 강제 추방당하기도 했다.

외교부는 CBS 취재가 들어가기 전까지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이 몇 명인지,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는지 등 실상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저희 쪽(외교부 재외국민담당과)에 따로 보고가 들어온 것이 없어서 자세한 내용은 파악하지 못했다"면서도 "그쪽(필리핀 대사관)에서는 우리 국민 일부가 여전히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사실을 알고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6개월 동안 블랙리스트 삭제를 위해 필리핀 대사관 등 우리 정부가 어떤 노력을 했냐는 질문에는 "필리핀 당국을 설득하고 있다"는 궁색한 말 외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일 만한 답변은 없었다.

필리핀 당국이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우리 국민 11명에 대해 전향적인 결정을 하기 전까지는 이들이 필리핀에 입국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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