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스 요구르트를 뜯어서 반쯤 처먹고 물을 넣어놨다?
 
수돗물인지, 뭔 물인지 알 수도 없는 물을?
 
그냥 참자니 열이 받쳐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수돗물 닿은 것만 먹어도 속이 안좋아서,
 
커다란 통에 파는 생수도 아니고 비싼 윌킨스 생수 사다가 밥할 때도 그물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래서 그 요구르트를 판 컨비니언스 스토어에 찾아가서 주인 어딨냐고 물었습니다.
 
체인점이라서 주인은 없고 매니저만 있다고 하더라고요.
 
매니저가 있는 안쪽 사무실에 노크하고 가드가 옆에서 쏼라쏼라 하건 말건,
 
안쪽에서 대답을 하건말건 문열고 들어갔습니다.
 
매니저가 여자더군요. 저는 말했습니다.
 
'너네 가게에서 불가리스 샀는데, 거기 물이 섞여있었다. 두 개 있었는데, 두 개 다 그랬다. 그래서 다 버렸다.'
 
그런데 그 여자 매니저, 희안하게도 별로 놀라지 않더군요.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한 모양입니다.
 
매니저는 자기들 불리할 때마다 하는 필리피노 특유의 주의산만 증상을 보이더니, 그 불가리스를 버리지 말고 갖고 왔어야 한다느니  어쩌구저쩌구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체크를 잘하겠다고 하더군요.
 
물론 미안하다는 말은 안합니다.
 
괘씸한 것들...
 
그래서 사무실에서 안나가고 계속 떠들었습니다.
 
'누가 물을 섞었다. 나는 너네 가게에 자주 오는 사람이다. 앞으로 너네 가게 어떻게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겠냐. ... '
 
그러자 매니저가 일꾼 하나 불러서 꼴랑꼴랑 떠들더니 데리고 냉장고로 갑니다. 저도 따라가고.
 
냉장고에는 불가리스가 없더군요.
 
엊그제 전에 내가 산 것을 마지막으로 해서 불가리스는 다 떨어졌는데, 아직도 그 자리는 텅텅...
 
거기서 난 또 알아듣건 말건 다시 떠들었습니다.
 
그렇게 떠들어대니 이것이 지 잘못을 알긴 아는 모양이더라고요.
 
자기 일꾼한테 무어라 꼴랑꼴랑 얘기합니다. 꾸짖는 것 같더군요.
 
저는 매니저한테 불가리스 두 개 버렸으니까, 두 개 새로 달라고 했습니다.
 
사실 그말 하면서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는데, 물건 들어오면 그렇게 해주겠다고 순순히 대답하더군요.
 
흠...
 
그러니 뭐 더이상 할 말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가게에서 나올 때 이건 뭔 시추에이션인지?
 
그 여자 매니저 제 어깨 슬쩍 만지면서  이름이 뭐냐고 묻더군요.
 
성만 한 자 틱 말해주니, 미소 띤 얼굴로 자기 이름은  머시기라 합니다.
 
참 나, 지금이 거시기 머시기 할 분위기냐고! 또 그게 거시기 머시기할 얼굴이냐고!
 
집에 와서 만일 그 매니저가 어이없게 나왔다면... 가뜩이나 열받아서 찾아갔는데, 더 열받게 만들었다면... 하고 생각해봤습니다.
 
그럴 경우 제가 어떻게 행동했을지는 저자신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알겠습니다, 잘먹고 잘사세요, 하는 태도로 물러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하여튼 며칠 후에 찾아가서 불가리스 두 개 다시 받아야겠습니다.
 
물론 받을 때는 두껑 이상있나 확실히 살펴봐야겠지요...
 
그나저나 엉클 톰 마누라처럼 생긴 그 매니저 또 거시기 머시기로 나오면 불가리스 사건보다 더 찝찝해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