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보고 싶을 때
나는 물가로 간다
흐르는 물보다는
호젓한 숲 속 저 홀로
고여 있는 물이 좋다

흐르는 물은 말들이 많아
시끌벅적하지만
고인 물은 너무나도 조용하여
슬픈 얼굴로 고개 숙인
그대를 닮아 애처롭다

그래도 나는
흐르며 재잘대는 물보다는
외진 곳에 다소곳이 앉아
혹시 찾아올지도 모르는 임을 기다리며
못내 애태우는 옹달샘

웅크리고 앉은 그 소박한 모습에
더 정이 간다, 특히 오늘같이
무슨 발렌타인 데이다,  화이트 데이다
떠들어대는 날은 더욱 더
조용한 그대가 그립다

이런 날은 어김없이
아무도 없는 오솔길을 걸어서
그대를 만나러 물가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