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고해성사 아니 고백입니다.
 
어릴때부터 엄청난 장난꾸러기였는데 고등학교 다닌다고 어디가는 것은 아니죠. 사진에 볼 수 있듯이 장난이 철철 흐르지 않습니까?
 
1991년 고등학교 3학년이었습니다. 학력고사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어디 장난칠 것 없나 레이다를 돌리던 중 기가 막힌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4교시가 끝나면 3학년은 모든 정규수업이 끝나고 5교시부터 보충수업이 시작되는데 그때는 반에 상관없이 취약과목을 선택하여 과목이 개설된 교실에서 수업을 받습니다. 
 
남녀공학이라도 지금처럼 합반이 아닐때인지라 여학생과 수업을 받는 것이 참 즐거웠습니다.
 
도서관에서 받는 수업인데 도서관 의자 구조가 좀 특이해서 푹신푹신한 의자인데 이게 고장이 나면 밑으로 푹  빠지더군요. 의자 틀에 걸쳐 놓으면 감쪽같습니다.
 
옳다구나 싶더군요. 그래서 예전부터 마음에 둔 여학생이 항상 앉는 자리 의자랑 바꿔놓았습니다.
 
그날따라 그 여학생이 바로 옆자리에 앉더군요. 그리고 수업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그 자리가 계속 빈자리로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여학생과 단짝인 여학생이 급하게 오더니 그 의자에 그냥 앉는겁니다.
 
바로 푹 꺼지면서 꺄악~
 
저랑 제 친구들은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웃으면 그냥 죽습니다. 바로 걸리는 거죠. 그날 집에 가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저희는 다음날 점심시간 종 치자마자 밥도 안먹고 도서관으로 바로 올라갔습니다. 아시죠 고등학생에게 점심을 굶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그 의자가 뒤에 그대로 있더군요. 다시 조립해서 이번에는 제가 짝사랑하는 여학생이 어제 앉았던 자리에 갖다놨습니다.
 
어제 저희들의 장난에 당했던 여학생이 먼저 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여학생이 어제 앉았던 자리에 책을 놓는 것이 아니라 의자를 유심히 살펴보더니 우리가 장난의자를 놓은 자리에 책을 놓고 다시 나가지 않겠습니까
 
수업 시작할 즈음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그 여학생과 제가 짝사랑하는 여학생이 함께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꺄악~~
 
 
정말 미안해~~ 92년 대학교 1학년때 6회 졸업생 모임에서 차마 말 못했다. 그때 그 의자 장난 친 넘들 누군지 궁금하다고 했지? 바로 나와 그 일당들이었어. 
 
술 한잔 하셔서 발그레한 얼굴을 보니 아무래도 술병으로 맞을 것 같아서 차마 말 못했다. 정말 미안해
 
사실 울 담임 선생님께는 이미 고백했다. 졸업하고 10년되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