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는 여인이 되어

                             글/노 천 명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에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오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애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짖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오

 

위의 시를 강원도 강릉 사투리로 하면 

 

워데 모텡이 돌아 산고라뎅이루 게들어가

나는 승멩 슥 재 지워낸 수더부레한 안덜이 되구 싶잖소

짚으 지붕에 고지수네기 멫 줄 올리구

애삼질 삼밭에 물외 해가미 호박으 싱구고

줄장미 덤부사리루 울타리르 젂어

마당엔 웃날으 놀부보만치 디레더놓구

밤이문 실크정 벨 하나  나 하나 벨으 세미

부헹이가 아가리질 하는 밤두 내야 머 외롭진 않캣잖소

 

철마가 세장쿠 기양 지나가벤지는 마실

놋 양푼에 쉬끼지 엿자베기르 뇍예 우물거리미

내 치매끈 푸는 서방과 밤으 패두룩

영깨이 캥캥거리는 찰마갈챙이 애기루 이빨으 까문

허연 백성개는 항아의 월궁을 컹컹거리구

나는 여왕버덤 애최 더 포시룹 갯잖소

 
 
사진은 백담사 수진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