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봉’은 우리 사무실 운전기사입니다.

아이 셋을 둔 30대 후반 가장이기도 한 보봉은 외모도 반듯하고

솜씨도 좋아 사무실 ‘매니저’ 역할까지 하는 만능 직원입니다.

 

이처럼 듬직한 기사라서 이틀에 한 번 꼴로 집으로 갈 때는 보봉에게 운전을 시킵니다.

세 시간 이상 험로를 달려야 하는지라 침착한 보봉에게 운전을 시키는데-

어제는 영 아니었습니다.

 

평소 사용하는 차를 아우가 출장길에 이용하는 바람에

안 쓰던 차로 집에 가는데 날이 어둬지자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찼습니다.

그런데도 운전석 유리창을 닫지 않고 달리는 겁니다.

그래서 말했습니다-클로즈 윈도우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옆 자리인 내 쪽으로는 직접 바람이 닿지 않아 그냥 뒀습니다.

하지만 차가 점점 속도를 내자 밤바람이 제법 차가웠습니다. 다시 말했습니다.

이번에는 ‘윈도우 업’이라고 해 봤습니다. 또 반응이 없습니다.

 

이걸 짤라 말아.

아무리 내 영어가 짧기로서니 이 정도도 안될까 싶어 한참을 생각하다가 냅다 소리를 질렀습니다.

‘화이 오픈 더 윈도우. 아앰 콜드’

그제야 기사가 깜짝 놀란 듯이 나를 쳐다보며 대답을 합니다.

이것들은 꼭 소릴 질러야 알아듣는단 말야. 근데 엉뚱한 말이 들립니다.

-유리가 깨져 닫을 수 없다는 겁니다.

 

 

조용조용 말할 때는 바람소리 때문에 못 들었나 봅니다.

그래도 그렇지 이게 보스 알기를 장기판에 졸로 보나-. 하필 고장 난 차를 가져 온 겁니다.

은근히 부아가 났습니다. 그래서 다시 조용히 말했습니다.

‘비나 와라- 그것도 소나기로 왕창’

 

긴장했던 기사가 무슨 소린지 못 알아듣고 ‘홧-홧’ 해대는데

그냥 모른체 하기가 그래서 ‘아이 위시 울란 컴인’이라고 말해줬습니다.

‘울란’은 이 나라 말(비사야)로 비라는 뜻입니다.

비가 왔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갑자기 ‘노- 노-’ 소리를 질러대며

손사래질까기 쳐댑니다. 비가 오면 자기는 큰일이라면서 말입니다.

 

‘그려 한번만 더 요런차 가져왔다간 네 놈 짜르기 전에 물벼락부터 맞게 할껴’

지금도 운전기사 ‘보봉’을 생각하면 얼른 ‘보복’?을 해 주고 싶어집니다.

‘보봉’아 너 ‘보복’이라고 아니- 좀만 기다려봐라. 내 금세 알게 해 주마

요즘은 보봉이 눈에 띌 때마다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감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