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만 비교해도 한국 것?이 훨 낫습니다
어제, 그러니까 매년 11월2일은 피노이 귀신이 내려오는 날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2일은 ‘all soul day’ 즉 필리핀 판 ‘영혼의 날’입니다.
영혼을 무식하게 풀이하면 귀신이 되는 거고, 무식한 글 잘 쓰는
내 입장에서 보면 어제는 필리핀 귀신의 날이 맞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 ‘파주 적군묘’ 대구 비슬산에 있는 ‘사형수 묘지’를 비롯
마라도에 있는 ‘할망당’(업저지 무덤)까지 별난 묘지를 찾아다닌 바 있는지라-.
필리핀서도 벌써 사가다 동굴묘지, 마닐라인근의 중국인묘지, 마카티의 미군묘지,
민다나오에 깡촌에 있는 민초들의 무덤까지 벌써 한 바퀴? 돌아 봤답니다.
근데 귀신 내려오는 날인 ‘영혼의 날 밤’에 공동묘지에 가서 밤을 지새우는 일은
아직도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어 껄쩍찌근 했는데-
어젯 밤 드디어 공동묘지에 가서 피노이 귀신들을 잔뜩 만나고 왔습니다.
슬픈 사연 간직한 귀신들이 많았던지 오후부터 주적주적 내리는 비가
밤까지 계속돼 망설이던 차 마침 일 끝내고 들어 온 아우를 설득해
까가얀데오로 외곽에 있는 공동묘지를 찾았습니다.
입구서부터 양초와 꽃을 파는 이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고
반대쪽에는 각종 먹거리를 파는 이들이 즐비한 게 꼭 ‘야시장’을 방불케 했습니다.
콘크리트로 조성된 묘지마다에 양초불이 밝혀 있었고 시든 꽃들과 과자 부스러기 등등-
사실 이 모습을 보고는 천상서 내려 오거나 땅속서 올라 온 귀신들이
급히 발길을 돌리지 싶어 집니다. 형식만 있었지 정성이 보이지 않아서입니다.
싸구려 양초에 코카콜라 비닐 컵에 꽂아 놓은 시든 꽃, 부스러진 과자조각이 전부인
제상에 만족할 귀신이 어디 있을지-. 간간히 구슬피 우는 이들도 눈에 띄었지만
이 역시 제 설움에 우는 거지 망자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는 것 같지 않아 씁쓸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조문객 스스로 더 잘 아는지-
무덤을 떠나 집으로 돌아가는 이들은 서둘러 몸에 향 연기를 쏘이곤 합니다.
귀신이 집까지 따라 오지 못하도록 쫒아 내는 의식입니다.
이 의식은 스트리트 보이 즉 거지 아이들 몫이었는데-
향 살 돈이 없어 주변에 흔한 나뭇잎과 풀을 뜯어 모깃불 처럼 피워 대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돈을 받는게- 귀신도 웃길 일 같아 보였습니다.
귀신을 만나는 건 무덤에서 끝내고픈 피노이들의 심정- 충분이 이해가 갔습니다.
그러면서 생각나는 게 귀신도 한국 귀신이 훨 낫다 싶어 졌습니다.
한국 귀신들은 무섭기도 하지만 해학과 여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신라 향가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처용이 외출했다가 집으로 돌아와 보니 자기 아내의 잠자리에 두 사람이 누워 있었습니다.
이에 〈처용가〉를 지어 부르며 춤을 추다가 그 자리를 물러나왔습니다.
그러자 역신이 모습을 드러내 무릎을 꿇고 비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공의 아내를 사모해 오늘 밤 범했습니다. 그런데도 공은 성난 기색을 보이지 않으니
참으로 감복했습니다. 맹세하건대 이후로는 공의 모습을 그린 화상만 보아도
그 문 안에는 들어가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자기 잘 못을 아는 귀신- 요거이 의리있는 한국 귀신의 모습이 아닙니까.
또 한국 귀신은 자기가 있을 자리?를 잘 압니다.
손(귀신)없는 날은 귀신이 없는 날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한국 귀신은 음력 1-2일은 동쪽에, 3-4일은 서쪽에 4-5일은 남쪽에 6-7일은 북쪽에 머뭅니다.
근데 9-10일은 잠시 하늘로 올라 가는데 이날이 바로 손 없는 날이라고 해서
이사를 하거나 집을 고쳐도 동티가 나지 않는 겁니다. 참 재미있는 한국 귀신들 아닙니까.
그러고 보면 사람은 물론이고 필리핀 귀신들까지도 한국 따라 올려면 아직도 멀었습니다.
사람에서 귀신까지- 우리가 피노이들보다 훨 앞서 있으니
필리핀 생활 가끔 불편하더라도 이해하며 참고 지냅시다.
귀신만 비교해도 우리가 훨씬 난데- 사람까지야 어찌 비교하겠습니까 안그래요^^
AI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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