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리아 아로요 전 필리핀 대통령(64)이 신병치료를 이유로 외국으로 나가려다 공항에서 제지당하는 굴욕을 당했다. 재임기간 중 부정부패 혐의 조사를 이유로 필리핀 정부가 그의 출국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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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로요 전 대통령은 15일 '희귀성 뼈 질환' 치료를 위해 싱가포르로 출국하려다 마닐라 공항에서 제지당해 2시간 만에 병원으로 돌아갔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날 저녁 아로요는 목과 가슴 보호대를 하고 휠체어를 탄 채 남편 호세 미겔 아로요와 함께 공항에 나타났다. TV 카메라를 대동한 채 공항에 나온 아로요는 싱가포르를 거쳐 스페인으로 가겠다고 밝혔지만 출국금지 지시를 받은 공항 관리들은 출국을 허용하지 않았다. 남편 미겔은 "매우 불공정하고 잔인한 처사"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아로요 측 변호인은 "16일 다시 출국을 시도할 것"이라며 "(출국은) 우리의 권리"라고 말했다. 이 장면은 그대로 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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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아로요와 남편 및 그의 집권시절 고위관리 등 30여명에게 부패혐의 조사를 이유로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에 반발한 아로요 측은 대법원에 출국금지 조치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줄 것을 요청했다. 대부분 아로요 정권 시절 임명된 대법관으로 구성된 대법원은 이날 8 대 5로 '출국금지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아로요가 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대법원의 위헌 판결이 나온 뒤 수시간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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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일라 데 리마 필리핀 법무장관은 "아로요의 건강이 위급상황이 아닌 이상 그의 출국을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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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로요는 재임기간인 2001~2010년 광범위한 부패와 선거 부정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필리핀 검찰은 아로요가 2007년 총선 전 선거결과 조작을 지시한 혐의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아로요가 방문하려는 국가들 중 다수가 필리핀과 범죄인 인도 협정을 맺지 않은 국가란 점을 들어 그가 국외로 도피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