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향 강릉에 함박눈이 내리고 있네요.. 출국전에 한번 가보고 싶은데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씁쓸한 기분으로 컴터를 켜고, 며칠전에 만났던 참한 인상의 아가씨를 기다리고 있으니, 쓰잘데기 하나 없는 캠걸들의 유혹이 시작됩니다. 마음같아선 저 4가지들을 전부 구제역에 희생당한 가축들처럼 매몰처리 하고 싶었으나, 어디까지나 상상은 상상으로 끝나야지.. 실행되어선 안되겟죠..ㅎㅎ

 

오랜 기다림 끝에, 그녀와 챗팅을 시작합니다. 첫번째 챗팅인 셈이었죠. 그동안 두번의 메일 교환이 전부였으니까...

첫느낌은 상당히 영어가 능통하다 였습니다. 대부분의 필리핀 걸들이 영어를 떠듬 떠듬 ...문법에 맞지도 않고, 또 내가 좀 고급 단어를 구사하면 무슨 말인지 되묻곤 했는데... 이 친군 웬만큼 어려운 단어나 숙어를 구사해도 무리 없이 알아 듣고, 생활영어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문장도 많이 구사하더군요.

 

이름은 크리쉬엘라 쿨파 라로. 사는곳은 민다나오(헉-_-;;; 무섭다)

대학교 4학년과정...

 

첫 인상도 선했고, 첫채팅도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기도 하고, 또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료하는것이 가장 좋은법. 챗팅이 거듭될수록, 점 점 더 그녀에게 빠져드는 나를 느낄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챗팅 3번째 날부터 나의 요청에 의해 캠을 통해 그녀의 화사한 미소를 보여주곤 했고, 나는 그런 그녀의 미소를 보면서, 이룰수 없는 상상의 나래를 펴곤 했죠.

 

이건 나만 그렇게 느끼는건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언어와는 달리 외국 언어들은 존댓말이 발달하지 않아, 영어로 챗팅을 하다보면 자꾸만 ...상대방은 알지도 못하고 의도도 없었겠지만, 받아들이는 내 입장에선 기분이 별로 안좋은 상황이 많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일단 부족한 영어로 상황을 설명합니다... 동방예의지국인 대한민국에서 사십여년을 넘게 살아온 내 입장에선 you ...you..이렇게 시작하는 영어 문장이 상당히 적응이 안 된다.. 그러니 웬만하면 you 하지 말고 "오빠" 일케 불러줄수 없냐....했더니 글케 하겟다 합니다..( 말로만...ㅎㅎ)

 

그런데 드디어 올것이 오고 맙니다. 내 모습을 캠을 통해보고 싶다네요..ㅠㅠ 왕폭탄인 내 모습을 보고 나면, 그녀가 과연 나와 챗을 계속할려고 할까요?? 아닐 확률이 90 프로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중에 하면 안되겠냐? 했더니... 그럴수도있지만, 가급적이면 오늘 햇으면 좋겠답니다. 얘기 들어보니, 그럴 사정이 있었더군요.

 

나 이전에 다른 사람들하고 몇번 챗팅을 했는데 이 사람들이 본인 사진도 아닌 남의 사진을 도용하고 그랬었나 봅니다. 그래서

더이상 거절할수도 없고 ... 어차피 한번은 겪고 넘어가야할 일인지라, 내 프로필 사진처럼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한국에서 챗할때도 이 망할놈의 빛나리 때문에 얼마나 처절한 아픔을 겪었었던지.. 하긴 필리핀 넘어와서도 머 별로 달라진것은 없었지만...어느 나라나, 대머리를 위한 여자는 없는 법이죠. ㅋㅋ) 캠 앞에 섰습니다.

 

다행히 그녀는 모자에 대해 별로 신경 안 씁니다. 화기애애하게 이야기가 진행되고, 무사히 챗팅을 마쳤습니다. 하지만 가슴 한구석에는 아직 못밝힌 나의 핸디캡에 그녀를 속인것 같은 죄책감과 자괴감이 무겁게 침전되고 있습니다.

 

챗팅이 거듭될수록, 이 여인과의 미래를 꿈꾸는 순간이 많아집니다. 그녀도 나를 만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나는 마닐라, 그녀는 민다나오 아구산 델서르... 진짜 말 그대로 산넘고 물건너야 하는 1000 키로가 넘는 거리죠.

 

게다가... 한국 뉴스에도 가끔 보도 되듯이...민다나오..하면 아시아에선 가장 위험한 지역이라고 여겨지는곳 아니겠습니까?

 

마침... 같이 하숙하는 사람중에 한명이 민다나오 다바오 시티(여기서 버스타고 5 시간 더 가야..아구산델서르 : 그녀의 거주지)행 비행기표를 프로모로 구해놓은게 있었는데,이친구가 일정이 변경되어서 걍 .. 천페소(25,000)에 이용하라고 합니다.

 

그래서 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던차에...

생각지도 않았던 첫번째 이별(사실 이별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하죠, 만난적도 없으니)이 .....ㅠㅠ

 

정확히 어떻게 말다툼이 일어 났는지는 기억안나지만... 대충 상황은 이렇게 흘러 갔습니다.

나는 나대로 그녀가 좀더 챗팅에 집중해주길 바랬고, 그녀는 아직 학생인지라 챗팅과 리포트를 같이 병행하다보니 , 순간적으로

나는 서운함을 느꼇고, 그걸 표현했더니... 그녀는 가뜩이나 바쁜 학교생활에 수 많은 프로젝트( 이부분은 나중에 그녀집에서 머무는동안 처절하게 느낌 ..정말 하루온종일 매달려도 해결이 안되는 양이더군요... 사실 별 내용은 없는데 ...나라가 후지다 보니 ...ㅋ)에 지쳐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짜증이 난거죠 ( 그리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집안에서도 내다 놓은 ..다혈질 성격이었습니다..ㅎㅎ)

 

대뜸, 그동안 즐거웠다 하면서 .. 빠이 빠이 하네요..

쩝...

나이나 비슷하면 함 매달려 보기도 하련만, 나이 차이도 워낙 많이 나고 하니...그냥 받아 들일수 밖에 도리가 없대요.

나 하나 잘못행동하면, 모든 코리안을 욕보일수도 있고해서, 사실 행동의 제약도 많이 느꼇습니다. 한국에 있을때와는 달리....

 

잘 아시겠지만... 그리고 이현우의 노랫말에도 나오지요... 이별후에 하루는 너무나 길다는거....

이리뒹굴 저리뒹굴 해도 시간은 안가고, 그렇다고 쫓아갈수도 없고 ... 그냥 참자 참자 참자... 죽어도 참자.. 이러면서 이틀을 견뎠습니다.

 

이틀후에 아침에 일어나보니 간밤에 문자가 두개가 들어와 있습니다. 열어보니, 그 여인으로 부터 온건대,내용이 좀 두서가 없더군요. 잘 이해가 안가서...다시한번 읽어 봤습니다. 그제서야 이해가 갑니다.... 그녀도 사실 헤어질려고 한게 아니라..그 놈의 욱하는 성격때문에 그랬으니, 매일 아침 전화하고 문자하고 ,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 뚝하고 끊겨 버리니 ... 그녀도 먼가 허전했나 봅니다.

 

간밤 꿈에서 깨어나 그 문자를 보냈나 봅니다.... 꿈속에서 나를 만났다는 내용, 그리고 왜 자기 머리속에서 나가주질 않느냐고...이것이 복수냐고... ㅎㅎ

 

그래서 기회는 이때다 싶었죠

어릴때부터, 펜팔에 능통한 나는 , 어떠한 악조건하에서도 페이지 열장 정도의 편질 써서 안 넘어온 여자가 없었다는 경험을 바탕으로, 장문의 메시지를 날려줍니다.

 

그녀의 답장 .. 오빠~~~~~~~~~~~~~~~~~ ㅎㅎㅎ

 

그녀가 "오빠~~ " 일케 날 부르면 ..만사 오케입니다.

You 이카면 .... 경계경보 발령입죠...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오늘하루도.. 보람찬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