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이 낮아 자유토론란에 글을 쓸 수 없어서 질문답변란에 글을 씁니다.

항상 필고와 필카페를 통해 필리핀 한인들의 모습을 확인하면서 때론 흐뭇한 미소를 띠기도 하지만, 때론 실망을 하기도 합니다.

특히  망고시즌님의 삶에서 우러난 글을 읽다 보면, 남에게 신세지지 않으면서 열심히 살아가시려는 그 분의 철학을 느끼게 됩니다. 오늘이군요. 가족과의 상봉이. 떨어져 있던 시간만큼 행복한 만남을 영위하시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그런데 많은 글에서 눈쌀을 찌푸렸습니다. 며칠새 필고의 최대 화두가 된 도가니 사건을 비롯해 필카페의 자게란에 언급된 가디언답지 못한 목사의 행동 등 한국인으로서, 아니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식조차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등장하더군요.

 거두절미하고 교민 잡지에 광고까지 하면서 필리핀에서 한국인 의사로 행세하시는 분의 진솔한 사건 경위와 함께 잘못된 부분에 대한 사과를 요구합니다. 필리핀에 거주하시는 한국인들이 큰 병은 말할 것 없이 아주 작은 병에 걸렸을 때의 두려움과 막막함을 생각한다면, 적어도 의료인으로서 그것도 같은 동포로서 적극적으로 돕고 치료해 주는 것이 인간의 본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을 돈으로만 생각한다면, 한국인의 품위를 스스로 갉아먹는 일이 아닐까요? 이래서야 한국인의 품위를 높일 수가 있겠습니까?

 또한 필카페에 게재된 홈스테이 학생에 대한 목사 폭행 사건 경우입니다. 필리핀에 한국인 선교사가 왜 그리 많습니까?  하나님을 모르는 현지인을 상대로 진정 하나님의 뜻을 가르치고 깨우치려고 필리핀으로 갔습니까? 물론 그런 분도 계실 것으로 믿습니다. 자신과 자신의 가정을 희생하면서 어려운 이웃과 하나되어 하나님의 말씀을 전파하시는 선교사님들께 머리 숙여 존경을 표합니다.

 그러나 그런 분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하나님께서는 아시고 계시겠지요. 아마 상당수 선교사들은 목사 직함을 갖고 교민들을 상대로, 유학생들을 상대로, 한국 교회와 자매 결연을 맺으며 교회를 운영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문제는 '사마리아까지 전파하리라'는 소명 의식보다는 돈벌이에 급급하고 있는 선교사들이 많다는 겁니다. 그렇다 보니 교회 일보다는, 선교 사업보다는, 한국에서 공부하러 오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홈스테이를 운영하면서 솔찮은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게 현실 아닐까요?  목사님의 입장에서 신앙으로, 아이를 선교사 댁에 맡겨 안심하며 전적으로 선교사들에게 의지하는 한국인 부모를 대신한 입장에서 잘 적응하고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게끔 아이를 가르치고 인도해야 할 분들이 책임을 방기하는 것은 필리핀에서 한국인의 품위를 크게 떨어뜨리는 짓으로 볼 수 없을까요?

 각성합시다. 한국인에게 도움은 주지 못할망정, 피해를 끼침으로써 한국인에게 좌절과 절망을 안겨 주는 행위야말로 스스로의 품위를 짓밟는 짓이라는 것을.

 분노합시다. 필리핀에 거주하는 한국인의 80%가 비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냉소적이고 자기 비하의 자조 섞인 푸념에 대해서.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남도 사랑해 주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한국인이 한국인을 사랑하고 보살피지 않는다면, 더 나아가 한국인이 한국인을 위하지 않는다면 외국인들, 특히 필리핀 사람들은 현지 한국인을 우습게 대하리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