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식당에서 뜬눈으로 날을 새우고 나니, 막막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이곳에 계속 남아 있어야 하는건지. 아니면 이참에 걍 한국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어쩌다가 이지경까지 왔는지..

일단 그녀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새벽 비행기 타려면 일찍 일어나 가야 하니까요...

그녀에게 문자가 옵니다. 자기...무지하게 피곤하다고, 쉬고 싶다고... 아마 사촌네 집이 많이 불편했나 봅니다.

그래서 그녀에게 ..그러면, 일단 내가 호텔에 방을 잡을테니 쉴꺼냐고 물어봅니다. 그녀 그렇게 하겠답니다.

 

아침이라 .. 어젯밤의 그 지옥같은 만원사례는 그 어디에도 찾아볼수 없습니다. 조용히 방을 잡아 놓고 기둘리는데, 그녀에게 택시타고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문자가 옵니다. 그런데 ..벌써 와야 하는데..많은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 안 옵니다..그래서 지금 어디냐고 그랬더니, 호텔에 와 있답니다... 그래서 후다닥 프론트로 나가봤습니다... 없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서 ..전화를 겁니다... 어디에 있냐고 하니까 분명히 나하고 같은 호텔 프론트에 있답니다... 그래서 ..거기 호텔 종업원한테..이 호텔과 같은 호텔이 이 지역에 또 있냐고 하니까... 또 있답니다. -_-;;; 그래서 어디냐고 하니까...이 멍청한 몽키 놈들이 .. 제대로 안 알려 줍니다. 아마도 영어가 짧다 보니까 제 말을 이해를 정확히 못 하는 모양입니다.. .. 그녀는 벌써 짜증내고 있습니다.. ㅠㅠ

 

그래서 다른 종업원을 붙들고 물어보니 그놈도 제대로 답변을 못합니다.. 아휴~~ 미티...

하는수없이, 그 놈들한테 ..책임자좀 불러 달라고 합니다. 그래도 조금 나아 보이는 놈이 나오네요...그 놈이 그럽니다.. 내 얘길 듣더니 , 나를 데리고 갑니다... 된장...나중에 알 고 보니까 ... 이 호텔이 영업이 잘 되다 보니까... 그 호텔 뒤편으로 증축을 했던겁니다. 그런데 이 규모가 워낙에 크다보니.. 이쪽 프론트에 맞닿아 있는 도로 이름하고 .. 저 쪽 프론트에 맞닿아 있는 도로 이름이 달랐던 겁니다... 엠병..정 말..

 

겨우 그녀를 데리고 방으로 왔으나, 이미 그녀 열 받을대로 받았습니다...

우선 잠을 청해봅니다. 그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거의 잠을 못 잔 상태라...

한숨자고 일어나보니...오후 1 시 가까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관계를 복원시켜 볼라고... 그녀에게 .. 몰오브아시아( 동양최대의 쇼핑몰)에 쇼핑 갈것을 제안합니다. 그녀 별로 탐탁치 않아 하면서 따라 나섭니다.

 

아이스링크를 보여줘도, 명품샵을 보여줘도, 자동차 전시장을 보여줘도... 그 무엇을 보여줘도 시큰둥합니다.

그래서 그냥 ..더 돌아댕겨봐야 내 다리만 아플꺼 같아, 피자 가게에 앉아 피자를 시킵니다.

그녀는 그냥 멍하니 딴청하고 있습니다. 에효~~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건 안되는건가 봅니다.

그래서, 피자는 먹는둥 마는둥 하고 그냥 호텔로 다시 돌아 왔습니다. 그리고는 돌아가는 일정에 대해서 얘길 합니다.

어차피 페리 티켓(그날이 12.19일이었고, 그 다음날 20일에 한국대사관에 가서 영사와의 인터뷰 참가하고, 그 다음날 21 일 오후 8시 출발 스케줄)은 끊어 놓았으니까, 그걸 이용해서 갈것인지 아니면, 걍 비행기 티켓 다시 끊어서 갈것인지 물어보니, 그냥 페리티켓 이용하겠답니다. 그래서 그리해라... 그리고는 조용히 자려고 누었습니다.

 

그런데 잠은 안 오고 눈만 말똥 말똥 합니다. 그녀도 마찬가지 였나봅니다.. 또 이런 저런 얘기를 합니다. 그러다가 .. 둘 다 갑자기 스팀받아서 언성 높아 집니다. 결국은 거의 욕설에 근접해서 싸웁니다.. 싸운후... 고요함이 찾아 옵니다.

 

가만히 누워 있는데 갑자기 그녀가 흐느낍니다.

설움이 복받쳐 올랐나봅니다. 나한테 안겨서 그럽니다.. 자기는 무섭다고..머가 무서운지 나는 잘 몰릅니다... 그저 추측해보건대..

불확실한 미래와 결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그리고 자기의 불안정한 성격에 대한 회의 ..머 그런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가만히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울다가.. 웃네요.. ^^

 

정말 ...지옥같은 폭풍속을 헤치고 살아남은 조각배가 다음날 태양을 맞이할때 그런 기분이 이렇지 않을까요??

드디어 , 우여곡절끝에 국제결혼의 첫번째 관문인 대사관 인터뷰날이 밝았습니다. 혹시 모를 불상사를 대비하여 아침일찍 택시를 타고 대사관으로 향합니다. 대사관에 도착하니 8시 30분쯤.. 되었습니다. 모든 서류를 준비하여 제출하고 나니 9시 30분쯤 되었고, 인터뷰 시각은 2시 30분이라... 남는 시간에 무얼할까 망설이다가, 주변에 있는 영화관을 찾게되었습니다.

 

영화제목은 생각도 안 나네요.. 아무튼 머 3-D 고글을 끼고 봐야하는 이상한 영화였는데 ..ㅎㅎ

영화관 안에서 다른일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여러분 !!! ㅎㅎㅎ 19 금 이라 ..그냥 통과!!

 

인터뷰가 시작되기 10분전에 대사관에 다시 갔더니, 여기저기 우리와 같은 목적으로 온거 같은 커플들이 많이 보입니다.

총 10 커플이 동시에 영사와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우리빼고 나머지 9커플은 결혼정보업체를 통한 커플입니다.

신부와 신랑과 거의 말이 안 통하는 커플들입니다. 깝깝합니다. ..

 

의례적인 영사와의 질문과 답변이 시작되고, 우리 차례가 왔습니다. 의례적인 질문이니 걍 건성으로 대답해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영사님도 그런거 구태여 태클 걸 생각은 없어보이고.. 몇가지 질문과 대답이 오간 다음에 .. 그녀에게 질문을 합니다.(그런데 울나라 영사님들 반성좀 해야 할듯... 완전 영어 수준이 걸음마 수준이었음..-_-;;)

 

그녀.. 울 영사를 함 교육시킬려고 작정을 했는지 나에게 얘기할때하곤 사뭇 다릅니다... 거의 원어민 발음으로 빠르게 머라고 하는데 난 못 알아 먹겠습니다..ㅎㅎ 영사님?? 매이비 .. 못 알아 먹었을꺼같슴다... 영사 울 그녀를 함 쳐다보더니.. 짤막한 다른 질문 하나만 더 던지고 바로 다른 커플들에게로 넘어가버립니다..ㅋㅋ 우리 앞에 앉아 있던 어떤 커플남 한명이 뒤 돌아 보더니, 그녀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웁니다... 그 양반도 아마 영어 깨나 했던 양반 인 모양입니다... -_-;;;

 

이렇게 해서 또하나의 고개를 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