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새벽 다섯시 반 막걸리와 제인은 피나뭉아한 해변으로 여행을 준비했다.
디바인의 차 멀미로 어제 피나뭉아한 해변 여행은 중도에 취소되었다.
디바인은 혼자 민박집에 있기로 하고 제인과 막걸리 단 둘이서 새벽 여행길을 떠났다.
목적지와 대충 방향을 정하고 무작정 떠나는 여행을 막걸리는 즐겨한다.
때로는 1박 2일에 여행은 끝나기도 하고 때로는 더 오랫동안이 되기도 한다.
누구에게 어떤 여행 이야기라도 듣기라도 하면 꼭 기억하였다가 다음에 여행을
가보는 것이다.
막탄 세부에서 80키로를 달려서 피나뭉아한 해변에 세시간 만에 도착하였다.
" 배고프지 ? 여기 맥도널드나 졸리비 있니?"
" 졸리비는 톨레도 시티에 가면 있고 맥도널드는 없어요."
톨레도 시티 졸리비는 여객 터미널 바로 옆에 있었다.
아침 아홉시인데도 일요일이라 그런지 외식나온 가족들이 많이 보였다.
아침을 졸리비에서 해결하고 터미널 부둣가에 올라가니 십여명의 아이들이 여기 저기
마구 돌아 다니며 구걸을 하고 있었다.
항상 승용차에 오페소짜리 십페소짜리 동전을 가득 놓아 두어도 얼마나 부족한지
구걸하는 아이들은 점점 늘어만 가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 제 고향 집에 가주시겠어요?"
" 그래... 가자."
제인의 고향은 피나뭉아한에서도 비포장 도로를 십여키로 달려서 간 다음에
차에서 내려서 정글을 십여분 정도 걸어서 들어가면 수천평의 옥수수 밭 앞에 있었다.
정글을 뚫고 십여분을 헉헉 거리며 제인의 집에 도착하니 스콜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제인 집안에는 열마리의 병아리들이 닭장 안에 있었는데 냄새가 매우 심하게 났다.
열두명의 형제자매와 부모님까지 열네명이 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크기였고
집이라고 할수도 없고 그냥 함바집 모양이었다.
" 화장실은 어디에 있니?"
" 화장실은 없어요,"
" 화장지는 ?"
" 승용차에 있는데요."
쏟아지는 폭우 때문에 승용차까지 뛰어갔다 오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 혹시 이마을에 화장실 없니?"
" 우리 마을에 한군데 있어요."
" 급하다 . 빨리 가자"
폭우를 그대로 맞고 화장실이 있다는 장소로 제인을 따라 정글 속을 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정말 화장실이 있었다.
한평 정도 되는 화장실이었는데 화장실 안에는 스콜을 피해 들어온 강아지가 먼저 자리를 잡고
누워있었다.
" 화장지 좀 어디서 구해와라."
막걸리는 제인에게 화장지를 부탁하고 화장실 변기에 달려가서 앉았다.
변기는 커버가 없어서 그 위에 신발을 신고 쪼그리고 앉아야 했다.
화장실에 먼저 자리를 잡고 누워있던 강아지는 막걸리를 한참 동안 지켜보더니
인상을 쓰면서 슬그머니 화장실 밖으로 말없이 나가버렸다.
얼마나 쪼그리고 앉아 있는데 제인이 화장실 안으로 물을 한바가지 건네 주면서
화장지는 없다고 한다.
거부감이 약간 있었지만 사용한 뒤에는 화장지보다 훨씬 더 느낌은 좋았다.
단지 엉덩이가 한참 축축했다는 것만 빼고는 만족 스러웠다.
스콜을 피해 한참을 화장실 처마 밑에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 어디서 우산 두개만 빌려봐라 "
" 네.."
제인이 폭우를 맞으며 뛰어 다니며 우산을 구하려 노력하였지만 하나만 구할수 있었는지
하나만 가지고 왔다.
우산 하나를 같이 쓰고 한참을 정글을 헤치고 걸어서 가는데 소녀 한명이 큰 우산 하나를
들고 뛰어오며 제인을 찾는다.
제인은 막걸리에게 우산을 건네주고 그 소녀와 우산을 같이 쓰고 승용차까지 왔다.
막걸리는 그 소녀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코인 박스에 있던 코인을 몽땅 그 소녀에게
건네주었다.
그 소녀가 떠나고 제인이 그 소녀의 이름이 제니퍼이고 소녀가장이라며
비오는 승용차 안에서 제니퍼 이야기를 해준다.
여섯명의 동생들과 동네에서 허드렛일 거들어주며 겨우 밥만 얻어 먹는 소녀가장
친척도 없어서 누구도 스폰을 해주지 않아서 매우 많이 어렵다고 한다.
제니퍼 아버지 어머니는 제니퍼와 여섯 동생을 몇년전에 이 마을에 남겨두고 떠나서
소식이 없다는 것이다.
열다섯 나이의 제니퍼는 누가 보아도 여덟살이나 열살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고
영양 실조에 걸린듯 비실해 보였었다.
막걸리가 여행 중에 만난 고아들은 산골 곳곳에서 흔하게 발견되었다.
마을 형편도 좋지 않아 아무도 그 고아들에게 관심도 가져 주지 않는 곳이 많았고
폐가나 쓰러진 판자집에서 그들은 코코넛 열매나 바나나 파파야 등을 먹으며 생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제니퍼만 보더라도 왜 고아가 필리핀에는 많은지 단번에 알수가 있다.
제니퍼의 아빠는 일자리를 찾아 객지로 떠돌다 또 다른 여자를 만나서 아기를 낳았다.
필리핀은 임신을 하면 무조건 아기를 낳아야 하는 법이 엄격하여서 제니퍼 아빠는
제니퍼 가족 곁으로 돌와오지 못하고 새 가정을 꾸린 것이다.
제니퍼 엄마도 마찮가지로 객지로 일자리를 찾아 떠돌다 다른 남자를 만나서 아기가 생겼다.
아기가 생겨서 남겨두고 간 일곱 아기들은 졸지에 고아가 아닌 고아 생활이 자연히 되어버리는 것이다.
여유가 생기면 꼭 찾아오리라 결심 하겠지만 몇년이 지나면 또 다른 아기가 생겨서
생활은 더욱 더 힘들어지게 마련이다.
버림 받은 제니퍼의 마음이나 제니퍼를 버린 부모의 마음이나 그리움으로 날마다
겨우 겨우 힘들게 살겠지만, 건강하지 못한 약한 아이들은 부모의 따스한 손길이 없으면
살아내기 어렵다.
필리핀 교민 신문에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인 광고가 있다. 필리핀 기아 대책
" 1분에 34명 , 1일에 5만명이 가난과 굶주림 속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굶고 아파서 죽는 동생들을 바라만 보아야 할 제니퍼의 형편이 안타깝기 그지 없다.
동생들에게 제니퍼는 엄마요 아빠일 것이다.
제니퍼 힘이 되지 못해 미안하다.
AI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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