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추 - 2
금천구 가리봉동...참으로 파란만장한 동네였다. 지금은 금천구에 속해있지만 처음엔 영등포구의 넓은 분포중 어느 구석에 위치한 작은 동네였다. 그러다가 구로구청이 생기면서 구로구에 편입이 되었고...그후 십여년이 지난 뒤 또다시 새로 생긴 금천구청으로 옮겨간...
고 박정희 대통령의 야심찬 경제개발 계획에 맛물려 구로동, 가리봉동 일대엔 당시로선 아시아 최대 규모의 공단부지가 조성되었고 그 부지로 속속 제조공장들이 들어서면서 황무지나 다름없던 그곳엔 우후죽순식으로 상권이 조성되었고 공장 직공들을 겨냥한 소위 벌집(혹은 쪽방)이라 불리는 다세대 주택이 여기저기 생겨났다.
예나 지금이나 상업의 시장성이란 유동인구에 비례한다. 70년대와 80년대 우리나라의 수출을 도맡던 그곳...가리봉동의 밤거리는 불야성 그 자체였다. 한집 걸러가며 술집과 음악다방 그리고 디스코텍...근처의 신림동,봉천동, 시흥동에서 논다리깨나 한다는 청소년들이 가리봉동으로 놀러왔고, 심지어는 영등포 강남에서조차 기웃거리려 찾아들기도 했을 정도였다.
어둑어둑 저녁이 밀려올 무렵부터 가리봉동, 특히나 5거리 일대는 퇴근하는 공원들과 출근하는 술집 종업원들의 인파로 길을 가려면 거의 사람을 손으로 밀치며 지나가야할 정도로 붐비고... 아무튼 난 이런 동네에서 자라났다.
"사흘 굶어 도둑질 안하는 이 없다"란 말이 있다. 내가 그랬다. 난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딱 한번 도둑질이란 걸 해봤다.
사나흘을 굶었을까?...난 너무 배가 고팠다. 배가 너무 고프면 잠도 안온다는 걸 그때 알았다. 딱히 잠잘곳도 마땅치 않았던 내겐 잠자리 보다 더 절실했던게 배고픔이었나보다. 새벽무렵 시장안을 어슬렁 거리던 내가 발견한 건 영업이 끝나 문 걸어잠그고 불이 꺼져있던 분식집이었다. 어둠속으로 어슴프레 보이는 진열된 만두들...고민하는데 3초도 필요없었다. 입고있던 점퍼를 벗어 손에 둘둘 말아감고 진열장 유리를 박살낸 후 만두 쟁반을 들자마자 쏜살같이 도망을 쳤다.
단골(?)잠자리인 남의 집 옥상에 올라가 군침을 꿀꺽꿀꺽 삼키면서 만두에 묻은 유리 사금파리를 훅훅 불어 털어내고 입에 넣어 한입 배어물던 만두의 그 맛!!! 난 지금도 그때의 그 맛을 잊지못한다.세상에 그렇게 맛난 만두는 없었을 것이다.
자근자근 씹히는 사금파리는 그 희안할 만큼 맛난 만두맛에 사라져서 느낄사이도 없고...허겁지겁 몇개의 만두를 먹었을까??? 목이 메이길래 공중 수돗가로 내려와 수돗물을 들이키고 다시 옥상으로 올라가 이번엔 천천히 유리 조각을 털어내며 만두를 한입 배어 문 순간... 그 만두들은 상한 만두였다. 만두피는 몇일간의 진열로 딱딱하게 굳어있었고, 만두속은 퍼런 곰팡이로 가득했다.
태어나서 그렇게 소리내어 오랫동안 울어본 적이 있을까??? 아마도 어머니 아버지가 가셨을때도 그렇게 서럽게 울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난 그날 , 그순간 결심했다. 차라리 남의 것을 뺏았아 먹을지언정 도둑질은 않겠다. 그리고 절대로 배고프지 않겠다. 추위에 떨지도 않겠다고...
흔히들 사춘기... 가슴 설레는 나이에 난 살아가는 방식부터 먼저 배우게 됐나보다.
밤을 꼬박 새고 동이 터오자마자 난 수돗가로 내려와 수돗가에 버려져있던 빨래비누 조각으로 머리를 감고 세수를 했다. 때묻은 옷이었지만 물로 여기저기 얼룩들을 정성껏 닦고 조금은 흥분된 마음으로 다시 또 하루의 어둠이 내리기만을 기다렸다.
이상하게도 더이상의 배고픔이나 추위가 느껴지지가 않았다. 그날 밤...평소 귀동냥으로 들어왔던 어떤 사람을 만나기위해 동네에서 제일 큰 스텐드빠로 찾아갔다. 머뭇머뭇,기웃기웃 홀로 들어서는 나를 아래위로 훑어 보더니 웨이터가 험악한 소리로 묻는다 "얌마! 너 뭐야?" 단박에 기가 죽었지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문x수 형님을 뵙고싶어서여..." 기가차다는 듯 여기저기서 웨이터들과 바텐더들의 비아냥 섞인 웃음소리가 들린다. 순간 수치심이 확 일었지만 어차피 내친 걸음이고 여기서 물러나 또다시 추위와 배고픔에 떨수는 없었다.
마치 외계인이라도 본듯 가까이 다가와 다시 말해보라는 듯 바라보는 그 웨이터의 코앞에 얼굴을 들이밀며 낮지만 이번엔 좀 더 또렷하게 말해주었다 "x수 형님을 뵈러 왔다구여!"
당시 가리봉 일대를 잡고있던 순천파 보스가 문x수씨였다.
"어린 놈의 새끼가 영업전부터 재수없게...얼렁 안꺼져?" 당연히 문전박대다. 그 어린나이에 왜 그땐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나이가 많건 적건 웨이터한테 기 부터 죽으면 진짜 잘 나가는 건달이 될수 없다란... 죽으나 사나 마찬가지...란 생각으로 기어올랐다. "욕은 하지말구여. 난 그 형님을 꼭 뵈야해여. 만나게 해주세여" 말이 끝나자마자 철썩~하더니 별이 번쩍한다. 따귀를 맞은 것이다.
"이런 개새끼를 확 죽여벌까부다. 얼렁 꺼져, 안꺼져?" 그때서야 여기저기서 구경만 하던 다른 웨이터들까지 가세해서 나를 들다시피 밖으로 끌고나가 팽개쳐버린다.
잠시 주저앉아 고민했다. '다른 길은 없을까? 뭔가 다른 방법으로 그 분을 만날 길은 없을까?' 없었다. 다른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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