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比의 농업·관광 겨냥 잇단 압박

(베이징=연합뉴스) 인교준 특파원 = 남중국해 황옌다오(黃巖島·스카보러 섬)에서 중국과 필리핀 간의 '대치'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필리핀을 겨냥한 경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애초 무력 사용 의지도 시사했던 중국은 아예 방향을 선회한 듯하다.

세계 제2위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약소국인 필리핀을 경제적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중국은 특히 필리핀의 주축 산업인 관광과 농업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며칠 전 중국 정부가 필리핀산 농산물에 대한 검역 강화 조처를 내리고 바나나 수입을 금지한 데 이어 필리핀 관광 산업을 직접 압박하고 있다. 중국인의 필리핀 관광을 막아 필리핀 경제의 숨통을 죄겠다는 의지를 구체화하고 있다.

중국은 또 단계적 조치로 자국민의 필리핀 관광을 막고 있다.

중국은 필리핀의 반(反) 중국 시위에 대해 정부 차원의 우려를 여러 차례 보낸 데 이어 11일 마닐라 소재 중국대사관 부근에서의 시위를 빌미로 중국인의 필리핀 관광을 중단시켰다.

중국 정부는 자국 내 대형 여행사들에 필리핀 관광상품을 판매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한편 필리핀을 여행 중인 자국민에게 16일까지 해당 지역을 떠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이런 관광 수요 축소를 이유로 중국의 국영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남방항공은 이달 26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중국과 필리핀 간 항공 운항편수를 평소의 절반 수준인 하루 한 편으로 줄인다고 발표했다. 남방항공은 항공수요가 줄어 편수 조절이 불가피하다고 밝혀 추가 조정 가능성도 비쳤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의 이런 조치는 필리핀의 주요 수입원인 관광사업을 압박해 황옌다오 양보를 받아내려는 시도로 해석하고 있다.

필리핀여행사협회(PTT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인 관광객은 9만6천455명으로 4위를 차지했다. 따라서 중국의 관광중단 조치가 장기화하면 필리핀의 피해 규모가 작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필리핀 농산물 수입 제한 조치도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자국으로 수입되는 필리핀의 일부 농산물에 대해서는 '합법적인' 이유를 대고 통관을 지연시키는가 하면 바나나에 대해서는 아예 통관을 시키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핀의 바나나농가수출업협회(PBGEA)는 바나나 통관이 막히면서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통관 거부가 지속하면 필리핀 민다나오섬 다바오 지역 농장 근로자 20만 명에게 피해가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이런 경제 압박 조치에 필리핀은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중국 농업부는 14일 황옌다오를 포함해 남중국해 북위 12도 이상 해역에 대해 16일부터 두 달 반 동안 휴어기를 설정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어선은 물론 필리핀 어선에 대해서도 조업을 금지하겠다는 조치다. 중국 정부는 자국 관할 해역에서 행정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필리핀도 맞불을 놨다. 필리핀 외무부도 같은 날 황옌다오가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포함되는 만큼 중국의 조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중국과 필리핀의 황옌다오 대치 사태가 근래 무력대응보다는 경제 압박과 선전전이라는 저강도 대응으로 양상이 바뀌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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