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에 돈이… 13억 챙긴 필리핀인의 韓생활
라면에 돈이… 13억 챙긴 필리핀인의 韓생활
1993년부터 비자 만료 이후 '외화 밀반출' 나서… 19년 숨어지내 한국어는 못해
필리핀인 리모씨(58)는 관광비자를 발급받아 21년 전 한국 땅을 밟았다. 필리핀에서 별다른 직업이 없었던 리씨는 한국 공장에서 노동을 했다.
1993년 리씨의 비자 유효기간이 끝났지만 본격적인 돈벌이가 시작됐다. 서울 이태원에서 불법체류를 하며 '무등록 환전 및 외화 밀반출' 총책임자로 나섰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해외 송금 수수료를 부담스러워한다는 점을 노린 것.
처음에는 남동생 2명과 조카 4명 등 가족과 친구 등 10명을 운반책으로 동원해 범행을 벌였다. 20대 아들도 한 달에 2~3번씩 관광비자로 한국과 필리핀을 오가며 달러를 옮겼다.
그러다 입소문이 나면서 수도권과 부산, 대구, 진주 등 각 지역에서 밀반출 업자들의 '함께 일하자'는 제안이 쏟아졌다. 리씨는 전국적 규모의 모집망을 구축해 총 42명의 조직원과 범행을 저질렀다.
특히 2004년 1월부터 최근까지는 2만5000명에게 송금 의뢰를 받아 160억원을 달러화시켜 필리핀으로 밀반출시켰다.
굳이 리씨가 직접 필리핀으로 움직이지 않아도 돈은 모였다. 리씨는 19년 간 비행기 한 번 타지 않고 약 13억5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평일 오전에는 스쿠터를 타고 이태원지역 은행을 다니며 계좌에 들어온 돈을 인출하고 환율을 확인했다. 환전소 수십 곳에 전화해 수수료가 가장 싼 곳을 알아보고 환전하는 것도 리씨의 오전 업무였다.
체류여부 확인 없이 여권상 문제가 없다는 이유만으로도 한국계좌 개설 및 이용이 가능했다. 그는 외국인등록은 하지 않아도 계좌 이용을 위해 5년 마다 필리핀대사관에 가서 여권을 갱신했다.
리씨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서울 이태원에서 6개월 또는 1년 마다 주거지를 옮겨 다녔다. 매일 숨어 다니다 보니 21년간 한국에 거주하면서도 한국말은 한 마디도 할 줄 몰랐다.
돈은 많이 모일수록 좋았다. 적게는 30만원부터 많게는 몇백만원까지 금액에 상관없이 송금 1회 당 수수료는 5000원만 받았다. 수수료를 통해 챙긴 부당이득은 1억5000만원.
사실상 리씨가 돈 버는 방법은 따로 있었다. 송금 의뢰인에게는 가장 비싼 환율을 매겨 환전을 해주고 자신은 가장 싼 환전소를 찾아 거래했다. 그러면 100달러당 약 800원의 환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 수수료를 통해 챙기는 돈의 8배에 달하는 12억원의 이득을 남겼다. 연 이자율로 따지면 58%가 넘는 액수였다.
운반 과정에서 단속을 피하는 방법으로는 '라면봉지'를 사용했다. 라면봉지 중간 부분을 칼로 자른 뒤 그 사이로 지폐 100달러권 30~50매를 집어넣고 비닐 테이프로 밀봉했다.
라면봉지는 달러권과 길이가 비슷해 인천공항 세관 엑스레이 검색을 피하기에 제격이었다. 리씨의 운반책 25명은 라면봉지 하나로 경찰 단속을 피해 수년 간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의 범행은 약 19년 만에 막을 내렸다. 리씨는 5월 중순, 첩보를 입수해 리씨의 주거지에서 잠복 중인 경찰관에 붙잡혔다. 리씨가 던진 첫 마디는 "1년 만 더 일하게 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국내에서 불법체류하며 수백억원대 외화를 밀반출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로 총책인 리씨를 구속하고 운반책 레모씨(29·여)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리씨는 총 59개 은행계좌를 운영하며 지난 2004년 1월부터 최근까지 2만5000명에게 송금 의뢰를 받아 160억원을 달러화시켜 필리핀으로 밀반출 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레씨 등 운반책들은 각 3000~5000달러가 담긴 라면봉지 10개를 개인소지품에 넣어 매달 2~3차례 인천공항을 통해 필리핀으로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월급이 체불돼 송금을 못하는 필리핀인들에게 선송금 명목으로 돈을 빌려주고 기일 내에 돈을 갚지 못할 경우 변제를 독촉하고 협박하는 등 사채업을 벌인 혐의(대부업법 위반)도 받고 있다.
경찰은 리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경위를 파악하고 나머지 일행 35명의 행방을 추적하는 등 같은 수법을 사용한 조직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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