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타 사이트에 저 자신도 모르게 글이 베껴져 있는 일을 계속해서 보다 보니 
경미한 멘붕이 살짝 와서 카페 글쓰기에 흥미를 잃고 어느 카페이든 이런 건 하지 말아야겠다 생각을 했는데,
 
 
아래에 보니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정보를 누군가가 여봐란 듯 올려 놓았네요.
수많은 사람이 사는 커뮤니티에서는 잘못 알고 있는 사람도 많은 것이긴 하지만
정보의 중요도를 생각해 볼 때 아니어도 너무 아닌 건 바로잡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글쓰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목은 '한국에서 영어실력 하나로 명문대입학'이길래
전 제목만 보고는 외국어특기생 말하는건가 했는데...
 
 
정작 내용은 토플 몇점 이상이면 한국 명문대는 간다는 식의, 제목과 내용이 따로 노는 오정보더군요.
사실 그와는 별도로 항간에서도 그전부터 같은 내용의 설레발이 돌아다니는 것을 여러 번 본 적이 있습니다.
 
 
대개 그런 설레발은 크게 둘 중 한 가지 이유로 생겨납니다.
 
 
첫째 이유는, 어학원을 하는 사람이 토플수강생 유치를 위해 퍼뜨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직하게 하시는 분들은 해당안되니 그분들껜 먼저 사과드리고 넓은 마음으로 해량 부탁드립니다)
 
 
아무래도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학원에서 가이드해주는 그런 말을 듣고 
한국 명문대가 진짜로 토플 110점만 넘기면 되는걸까, 하고 반신반의하면서도 
그런 사람들의 말이 정말이길 간절히 바라는 기대심리가 있고
 
 
결정적으로..
100명의 학부모 중 단 10명 꼴로만 그게 먹혀도 이런 설레발 퍼뜨린 장사꾼 입장에서는 대성공이니까요.
 
 
 
둘째 이유는, 해당학교에서 입학설명회를 하는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퍼뜨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게 있습니다.
대학 지원서쓰는데 지원비용(=원서값)이 적게는 12만원, 많게는 18만원까지 합니다.
그 종이쪼가리 백 장만 해도 무려 1200-1800만원에 달하고, 단 5-600명만 써도 억대가 되고 
수천 명이 지원하면 아예 떼돈이 되니, 
대학교 입장에서는 해마다 그맘때면 만만찮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연례행사(?)가 됩니다.
 
 
설명회 하러 어디어디 대학교에서 왔다는 사람들이 참석학부모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 학교의 문턱 낮아보이게끔 얘기하는 것은 그런 이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 사람들로서는 곳곳에서 원서 많이많이들 쓰게 해서 학교가 원서비 많이 벌게 해주는 게 곧 자기실적이니까요.
 
 
그런 말을 입시담당자가 아니라 심지어 그 대학교의 총장이 했다고 해도
어차피 붙을 애는 붙고 떨어질 애는 떨어지는데, 
지원서를 많이많이들 쓰면 쓸 수록 좋은 그들 입장에서는
영 아닌 사람이 지원서를 쓴다고 해도 땡큐땡큐 띵하오일 수밖에 없는거죠. 
 
 
게다가 대학교라는 것이 날이 갈수록 상업주의에 찌들어서 
모든 것이 이윤내기 전략과 돈벌이논리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추세를 생각하면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대학교 고위관계자들도(심지어 학장이나 총장급의 사람조차도) 사석에서 '딴건 몰라도 토플점수 높으면 함 지원해 봐'라고들 말하고 다니는 현실입니다. (물론 그런 학생은 붙지 못합니다)
 
 
이러다보니, 한국 유수의 명문대라고 하는 곳들조차도
입학 지원자격의 수많은 여러 조건들 중 하나에 해당되는 것이
마치 그것 하나면 명문대 들어갈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둔갑해 버리고 맙니다.
 
 
가령 이를테면 Requirement(지원자격)에 "1. TOEFL, TEPS, IELTS 중 하나의 공인영어성적" 이라고 되어 있으면
적당한 상술과, 그것을 사실로 믿고 싶은 많은 학부모님들의 합작품으로
'TOEFL 점수 OOO점이면 명문대 합격'이 마치 기정사실인 것처럼 되고 마는거죠..
 
 
이렇게 해서
예를 들면 "토플 최소 110점 이상이면 지원가능"(그나마도 수많은 requirement들 중 하나)이라는 게 
여러사람 입에서 입을 거치며 "저 학교는 토플 110이면 들어간다"로 바뀌는 건 순식간입니다.
 
 
필리핀에서도 의외로 많은 학부모들이 그런 오정보에 영향을 많이 받고 대입전략을 잘못 세우곤 하십니다.
 
 
전통적인 한국 명문대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S학교, Y학교, K학교
또 준명문대라고 불리는 H학교, 그리고 한국최고명문대와 다른 두 개의 S학교
적어도 이 중에선 토플 하나갖고(설령 만점이라도) 오케이 사인 받고는 에세이 하나 둘 써내고 가는 곳은 없습니다.
 
 
알바트로스 전형이라고도 불리는 "외국어 특기생 전형"이라는 것이 있긴 합니다.
수능이나 SAT를 치르지 않고, 한 개의 외국어에 대한 탁월한 재능자를 뽑는 일종의 특례제도죠. 
그러나 그건 말그대로 한 개의 외국어(여기서는 영어에 국한하지만) 전반에 걸쳐 그 언어에 대한 남다른 탁월한 재능을 가진 학생을 종합적으로 선발하는 것이지, 110점대의 토플 점수 하나 달랑 갖고 어서옵쇼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토플 110점이 뉘집 애 이름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매 입학년도마다 그런 학생 수백 명씩 보는 신입생 선발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정말로 널리고 널린 것이기에
어차피 지원자격(requirement)을 충족시켜서 원서를 쓴 지원자들 다 기본으로 그 정도는 되니, 
그 중에 결국 합격증을 받아드는 학생은 그런 공인영어시험점수로는 설명안되는 차별성을 가진 학생입니다.
 
 
또 그게 설령 '외국어 특기자 전형'이 아니라 재외국민 특례전형을 잘못 말한 거라고 쳐도
그 재외국민 특례전형은 조금 좋다싶은 학교는 어김없이 토플보다 'SAT+내신성적'이 훨씬 중요한 선발기준이기 때문에 '토플 고득점이면 명문대' 드립질은 이 경우는 더더욱 틀린 정보가 됩니다.  
 
 
 
애들 공부하는 것, 대학보내는 것. 
학부모님들에게는 생활속에서 가장 민감한 정보이기에
현장에서 학생들 영어 가르치고 입시가이드를 하는 사람은 특히 양심적이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학원운영하시는 분들 중에 일부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직하게 상담을 하며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도움이 되어 주는 분들이 같이 엮이지는 않을까 해서 그 부분이 적지않게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학입시에 대해 잘못된 정보가 범람하는 것이 위험수위를 넘다말다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외국어특기생전형을 그럴싸하게 포장해서는 어다르고 아다른 우리말 특성을 악용해서
굉장히 희망적인 메시지로 바꿔놓아서 마치 토플성적 하나면 되는 것처럼 
학생 학부모들을 오도하는 일이 많이 일어나다보니, 
그런 것도 필리핀 한인사회의 신뢰를 더 약하게 하는데 한 몫 하지 않을까 싶은 우려도 듭니다.
 
 
끝으로 개인적인 작은 바람이 있다면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서 학부모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는 비양심적이고 무책임한 사람들이 없어졌으면 좋겠고,
자신한테 중요한 정보를 얻을 때는 남들의 입소문에만 의존하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궁극적으로는 외국나와서 한국사람들끼리 하는 말을 믿을 수 있게 되는 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