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필리핀 세부 막탄섬 라푸라푸 시청 뒤쪽 필리핀 빈민가에 살고 있습니다. 벌써 1년이 되었네요. 비록 로컬 빈민가에 살지만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필리피노 사람들과 어울려 사니 심심하지도 않고 필리핀 사람들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가 있습니다. 개사노 막탄 (Gaisano Mactan Island Mall) 세이브모어(Savemore Mart) 그리고 공항이 5분 거리에 있고 하루 24시간 다니는 트라이시클을 타면 큰 도로까지 3-4분이면 갈 수 있습니다.

집을 얻기 위하여 일주일 넘게 여기저기 다녔습니다. 길을 다니다 보면 Rom 4 Rent라는 광고를 많이 보게 됩니다. 집이 크던 작던 비싸던 싸던 가리지 않고 보여 달라 하여 구경하였습니다. 괜찮은 집이 있으면 문을 두르려 혹시 빌려줄 방이 있느냐며 묻기도 하고 길가에 널려 있는 구멍가게(Sarisari Store)에 들러 혹시 주변에 월셋방 나온 거 있는지 물어보기도 하면서 말이죠. 그렇게 며칠 다니다 보니 사람들 사는 모습과 월세 가격 집 가격 등 많은 정보를 얻게 되더군요.

월세 천페소 천오백페소 하는 월세방에도 많이 가보았습니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에 삐걱거리는 나무계단 우중충한 공동화장실에 빨래와 샤워는 우물가에서 하더군요. 뜨거운 태양에 달구어진 집은 밤이 되어도 식을 줄을 몰라 한증막 같고 두세명 누우면 꽉 차는 그런 조그만 월셋방에서 살면서도 다들 행복해 보이는 미소를 짓더군요. 월세 3-4천짜리 크고 괜찮다 하는 방들도 제 눈엔 쪽방처럼 보일 뿐이었습니다.

그런 빈민가에서 하루는 정말 근사한 방을 발견하였습니다. 한국의 15평 정도 되는 아파트 크기의 월셋방인데 월세 7천이라네요. 넓은 거실에 에어컨 있는 침실 2개 화장실과 샤워실을 갖춘 깨끗한 새집이었습니다. 빈민가에 둘러싸인 고급 아파트였던 거지요. 바로 계약하고 지금까지 일년째 살고 있습니다. 친절하고 쾌활한 필리피노 주인 할머니뿐 아니라 이웃들도 다들 친절하게 대해 줍니다. 외국인이라고 이상한 눈으로 보거나 뭔가를 바라거나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전에 같은 직장에 다니던 한국인 한 분도 월세 7천에 옆집에 필리피노 여친과 살고 있습니다. 월세 7천에 아래층 다른 아파트가 하나 났는데 얼른 이사 들어오세요. 한국의 아파트로 환산하면 18평 정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한가지 불편한 점이 있다면 주차장이 없어서 대문 앞 길에다 차를 세워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걱정 마세요. 주차 단속이나 끌어가거나 하는 것은 한번도 본적이 없으니까요. 저는 현재 다른 곳으로 이사 가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