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서 대규모 시위..의회 압박 강화

(하노이=연합뉴스) 김권용 특파원 =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4일 빈곤층에 피임기구를 무료 배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고 현지신문들이 5일 보도했다.

약 1만명의 시위대는 이날 마닐라 성모마리아 성당에 집결, "생명 보호", "출산보건법안 폐기"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정부와 의회 일각의 관련법안 입법 움직임을 집중 성토했다. 출산보건법안은 빈곤층에 대한 무료 콘돔 배포, 교내 성교육ㆍ산모보건교육, 가족계획 정보 제공, 에이즈 경각심 고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가톨릭 교계 지도자들이 주도한 이날 시위에는 후안 폰세 엔릴레 상원 의장 등 보수 정치인들과 가톨릭 계열 학교 학생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날 시위는 다음 주 관련법안 표결처리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인 의회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여성들의 피임권을 옹호하는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과 의회 일각에 적잖은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소크라테스 판가시난 가톨릭 대주교는 이날 집회에서 "피임은 성(性)을 경시하는 풍조를 낳을 것"이라며 관련법안 입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콘돔 법안'으로 불리는 출산보건법안은 인위적인 피임에 반대하는 가톨릭 교계의 반발로 인해 11년째 계류 중이다.

필리핀 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톨릭 교계는 출산보건법안이 입법화되면 도덕적 가치 훼손과 풍기문란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법안 처리에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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