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범 태국 경찰에 검거…압송되면 본격 수사

피해신고 13건에 5억원, 실종 2명도 관련성 높아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필리핀으로 여행을 떠난 내국인을 상대로 납치강도를 벌인 주범 최모(45) 씨가 태국 현지 경찰에 검거됨에 따라 필리핀 여행객을 상대로 한 납치강도사건의 전모가 밝혀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주범 최 씨가 지난 3일 오후 7시(한국시각) 태국 이민청 근처 한 커피숍에서 태국 현지 경찰에 검거됐다고 5일 밝혔다.

태국 현지 경찰은 최 씨가 비자 갱신을 위해 태국 이민청을 방문할 것이라는 부산경찰청의 사전 연락을 받고 잠복근무 중에 이민청을 방문한 최 씨 부인을 미행해 커피숍에 있던 최 씨를 검거했다.

최 씨는 2007년 7월 경기도 안양시 비산동 환전소에서 여직원을 살해하고 현금 1억원을 빼앗은 뒤 공범 2명과 함께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최 씨 일당은 필리핀으로 숨어든 뒤 2008년부터는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납치와 금품 강탈을 일삼았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 5월 필리핀에서 여행안내를 가장한 한 조직으로부터 금품을 강탈당했다는 피해자 제보를 받고 수사에 나서 인터폴 공조 등을 통한 끈질긴 수사 끝에 지난 9월 행동대원 김모(39) 씨를 필리핀 현지 경찰의 도움으로 체포해 압송한 뒤 구속했다.

당시 김 씨는 주범인 최 씨 등과 함께 지난 5월16일 필리핀에 도착한 한국인 배낭여행객 A(32) 씨를 유인, 팬션으로 끌고 가 쇠사슬로 팔과 다리를 묶어 놓고 협박해 국내 가족으로부터 2천300만여만원을 송금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국내 인터넷을 검색해 '필리핀 배낭여행 동반자를 찾는다'는 피해자 A 씨의 글을 보고 '필리핀 현지에서 일하는 내국인인데 관광 안내를 해 줄 수 있다'는 쪽지를 보내 A 씨를 유인한 뒤 필리핀 세부지역의 한 팬션으로 끌고 가 60시간 동안 감금해 놓고 가족을 협박, 돈을 송금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이 지난 9월 언론에 보도되자 유사한 수법에 속아 납치 감금된 뒤 돈을 빼앗겼다는 신고가 경찰에 잇따라 접수됐다.

부산경찰이 파악한 유사 피해는 13건에 빼앗긴 돈만 5억원에 이른다.

경찰은 이들 피해신고 사건의 대부분이 최 씨 일당에 의해 저질러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필리핀으로 여행을 갔다가 실종된 사람 2명(인천 1명, 충북 1명)도 이들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최 씨가 여권 위조 혐의와 관련된 태국 내 재판을 마치는 대로 국내로 압송, 이들 사건에 대한 본격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안양 환전소 살인사건의 공범이자 여행객 상대 강도사건의 행동대장인 김모(42) 씨는 지난달 5일 필리핀 경찰에 검거됐으나 3일 뒤인 8일 유치장에서 목을 매 숨졌고, 지난 5월 검거된 또 다른 행동대장 김모(39) 씨는 필리핀 현지 법원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병진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은 "태국경찰에 검거된 최 씨와 필리핀에서 현지 재판을 받는 김 씨의 조속한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들이 압송되면 여행객 상대 강도사건을 본격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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