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면 아버지 
사람들은 총총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가고요 
비닐하우스의 배추들은 따듯한 나라 꿈을 꿔요 

겨울이 오면 아버지 
아이들은 아련한 눈길로 이웃을 바라보고요 
돌아오지 않는 친구들과 만나는 나라 꿈을 꿔요 

추우면 추운대로 나무들은 잠이 들고 
외로우면 외로운대로 나도 이렇게 강가에 서 있고요 

넓은 강은 아픈 소릴내며 꽁꽁 얼어만가도 
그 아래로 물은 흐르는 것처럼 
우리도 어깨를 부비며 흘러가고요 

바람이 불면 아버지 
따뜻하게 서로의 손을 잡아 주고요 
추우면 추울수록 사랑하는 것도 배우지요 

겨울이 오면 아버지 - 하덕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