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가정이나 필리핀인 가정이나 헬퍼님들은 주로 먼 시골에서 마닐라로 상경하여

헬퍼로 취직하여 집안의 궂은 일은 도맡아서 하루종일 일을 하는 것이 헬퍼님들의 직업입니다.

주인을 잘 만난경우 그나마 고생도 덜하고 먹는것도 잘먹고 하지만 주인을 잘못 만난경우에는

고생도 많이 하고 사람대접도 못받고 사는게 여~엉 사는게 아니랍니다.

 

헬퍼님들은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서 하는 일이 다양하게 많지요.

우선 집 안팎으로 청소를 시작하면서 하루 일과가 시작되는데... 거의 하루종일 일을 합니다.

그런데 이 헬퍼님들에게도 가장 한가한 시간이 있답니다.

그 시간은 다름아닌 오후 2~4시경쯤 되는데요.

 

이때는 청소도 빨래도 다 끝나고 이웃집 헬퍼님들끼리 어떤 한 장소에 모여서 수다를 떨곤 합니다.

주로 음식 먹는 이야기가 많구요. 집주인 흉보는 이야기를 할때는 다들 깔깔대고 웃습니다.

최근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 이야기를 한 헬퍼님은 아마도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던것 같았습니다.

 

주인집 딸이 초등학생인데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학교에 갈때 책가방과 도시락을

그집 헬퍼님께서 등에 메고 들고 학교까지 가서 학교 정문에 도착하면 주인집 딸래미에게

가방과 도시락을 주고는 돌아온답니다.

또 학교 수업이 끝날때쯤 학교에 가서 책가방과 도시락을 받아서 들고 온다고 하네요.

 

보통 이런경우 헬퍼님 말고 야야(유모)가 따라다니며 어린 주인집 딸래미를 위해 일을 하게 되는데...

그집은 헬퍼님이 그 일을 하고 있나봅니다.

그런데 그 헬퍼님 하는말... 학교에 갈때 주인집 딸레미 가방을 메고 가다보면

마치 자기가 학교에 다니는 기분이 든다나요.

 

그러면서 주인집 딸래미가 학교에 다니는 것에 상당히 부러움을 표시합니다.

얼마나 학교에 다니고 싶었으면 그런 이야기를 했을까요..

나이는 대충 20살 이쪽저쪽 되어 보였지만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헬퍼님은

주인집 딸래미 가방을 메고 매일같이 학교에 갔다 왔다. 하는 일이 싫지많은 않았던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학교에 갔다 왔다 하는 것이 학교에 다니지 못했던 어린시절을 생각하며

조금이나마 위안을 사고 있는 눈치였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른 헬퍼님들도 학교 이야기를 하는 대목에서는 다들 공감을 하는 눈치였습니다.

잘 다녔어야 초등학교 정도구요. 배움이 없다보니 사회에서 할수 있는 일이 없는거죠.

 

남의 집에서 가정부 일이나 할수밖에 없는 헬퍼님들의 푸념이라고나 할까요.

학교 이야기를 하면서 다들 교복을 입고 학교에 다니는 부잣집 자녀들에 대한 부러움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자신들의 처지에 대해 비관하거나 실망을 하진 않았습니다.

잠시... 학교에 다니지 못했던 어린시절에 대한 생각이 떠올라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것 같았어요.

 

이런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해보니 세상은 참으로 불공평 하다는 것이 새삼 느껴지더군요.

누구는 태어나서부터 행복에 겨워 누릴것 못누릴것 없이 부족한거 없이 살아가는데...

또 누구는 태어나면서 부터 먹는것부터 부족하여 매일같이 먹는것에 목숨을 걸 정도로

열심히 구걸을 해야 하니....

 

잠시 헬퍼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 자신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나는 참 행복한 인생이구나... 하면서 고마움을 느끼게 되는 하루였습니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 연말연시가 다가옵니다.

평소에 나누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면 연말이라도 가장 가까운 이웃인

 

우리들의 가정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해주고 있는 헬퍼님들에게 사랑의 손길로 베풀어 주시기 바랍니다.

작은 사랑의 실천은 멀리 있는 사람이 아닌 바로 10미터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 헬퍼님들께

먼저 베푸는 것이 보람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