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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 모르는 아들 따라 아버지도 스스로 생 마감
 
"필리핀관광객 납치범 국내 송환 시급" 여론고조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일명 '홍석동 납치사건'. 2년전 충북 청주에 사는 평범한 청년 홍석동(당시 30세)씨가 필리핀 마닐라로 휴가를 갔다가 괴한들에게 납치돼 지금까지 생사를 알 수 없게된 사건이다.
 
이후 2년간 아들을 찾아 헤매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석동씨의 아버지가 새해 첫 날인 지난 1일 끝내 세상을 저버렸다.
 
생사도 모르는 아들을 머나먼 타지에 홀로 머물게 한 미안함에 스스로를 용서치 못한 것이다.
 
홍씨 부자의 안타까운 사연에도 납치사건의 전말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2011년 9월19일 오전 석동씨는 휴가를 내고 5박6일 일정으로 필리핀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여행의 기쁨도 잠시, 이날 오후 아버지 홍씨에게 전화기 너머로 석동씨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필리핀 미성년자와의 동침으로 문제가 생겨 합의해야 한다'고 돈 1천만원을 송금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후 아들의 목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
 
22일 새벽 한국에 도착한 필리핀발 비행기에서 석동씨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던 홍씨는 납치임을 확신했다. 그러나 경찰과 외교통상부는 도박이나 여자 문제로 인한 단순 가출 의견만을 내놓았다.
 
아들의 억울함을 풀기위해 홍씨는 백방으로 뛰어다녔고, 필리핀 한국인 관광객 납치단이 연루돼 있음을 알아냈다.
 
2007년 안양 환전소 강도살인범으로 필리핀으로 도주한 최모씨, 김모씨 등 3명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용의자 최모씨와 김모씨가 태국에서 체포되면서 석동씨의 행적이 곧 밝혀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또다시 변수가 발생했다. 홍씨에게 협박 전화를 일삼았던 용의자 김모씨가 필리핀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김씨가 사망하자 나머지 용의자들은 모든 혐의를 김씨에게 떠넘겼다.
 
결국 확실한 방법은 이들을 국내로 송환해 면밀한 조사를 벌이는 것 뿐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들이 모두 외국에서 범죄를 저질러 재판을 받는 중인 까닭에 형이 확정될 때까지 한국으로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전해지자 홍씨 부자를 애도하는 여론과 함께 당국의 미온적 대처를 탓하는 목소리가 높다.
 
홍씨가 근무하던 대학의 한 학생은 SNS를 통해 "아드님을 찾으며 슬퍼하던 아저씨의 모습이 선하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한 네티즌은 "범죄인 인도 청구 절차조차 밟지 않고 있는 정부의 대처가 부끄럽기 그지없다"며 "더이상의 억울한 사람이 발생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1/02 21:1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