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숭이

돈이 많아도 겸손하고 사람 됨됨이가 좋은 분들 많으시겠지만 저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돈많다고 내위에 사람이 없었으며, 힘있다고 모두가 허리굽혀 인사하게 만드는, 그리고

무절제한 사람. 일을 즐겁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직원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던 회사. 사

람이 올라갈때가 있으면 내려올때도 있다는걸 알아야 했지만 그걸 무시한 그런 사람.

오랜 시간 승승장구 하다 보니 어느세 거만함으로 가득찬 그런 사람...

그게 그의 모습이었을것 같습니다.

망하고 나서 한동안 사기친 사람을 탓하고, 주변 사람들을 탓하기만 했지 정작 제 스스

로 자신은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모르고 있었던 불쌍한 사람...

 

돈이 없이니 제일 먼저 없어지는것도 사람이고 사랑이었습니다. 그렇게 남에 탓만 하며

거의 4년을 살아오다 보니 어느세 제 실제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나약하고, 못난

내 자신...

 

그걸 알고 나선 "죽음" 이라는 것 외에 생각나는게 없을 정도로 심한 우울증을 지내며 살

다가 나이 한참 먹은 지금.. 이제서야 조금은 알것 같습니다. 바보같죠...?

 

평생을 자기 사업만 하다가 늦은 나이에 처음 들어간 회사... 항상 투덜 거렸지만 그덕에

지금 이렇게 살아 있다고 생각하니 다행이다 싶습니다.

 

 

이 남자의 하루

아침 5시50분에 기상해서 비몽 사몽 30분을 앉아 있다가 샤워하고 집앞에 나와서 에어컨

없는 버스를 28페소 내고 탑니다. 잔돈으로 안주면 거스름돈을 몇페소 안줘서 늘 걸어다니

면 동전 소리로 찰랑 찰랑 거리네요. 그렇게 한참을 가서 내리면 이젠 지프니를 타야 합니다.

8페소죠. 그렇게 또 얼마 안가면 트라이 시클 30페소.

그럼 업무 1시간 전쯤 도착하게 되고 일 준비를 마치면 비로소 하루 일과가 시작 됩니다.

업무가 끝나고 정리를 하고 치우고 이런 저런 것들을 적기 시작합니다. 아마도 젊은 친구

들 일하는 것 만큼 따라기 쉽지 않으니 뒤쳐지고 싶지 않아서 일것 같습니다.

 

9시쯤 되서야 트라이시클을 타고 나옵니다. 택시를 기다리는 많은 한국 사람들 사이를 고개

숙이고 지나쳐 지프니를 탑니다. 역시나 8페소. 그렇게 다시 버스 정류장까지... 그리곤 다시

28페소 내고 버스를 탑니다. 버스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그리 나쁘진 않네요.

그렇게 집에 들어와 씻고 밥먹고 나면 12시쯤이 되고, 잠자리에 듭니다.

 

한국으로 돈 보내고 나면 집세와 생활비가 삐듯하게 남는데 그와중에 조금씩 모아 이번달

은 한국으로 돈도 보내고, 생활비도 있고, 거기에 돈도 100만원 모았습니다. 

하루술값도 안되던 그 100만원은 지금제게 너무나 뿌듯 하고 포기할 수 없는 작은 희망이

되어 줍니다.

 

 

외로움

늦었지만 나이먹고 조금은 철들고 난생처음 직장생활이지만, 이 외로움은 어떻게 해도 떨어

져 나가질 못합니다. 많은 사람들속에서,  또  그 중앙에서 건배를 외치던 껍데기 뿐이었던 그

남자는 이제 아무도 없는 지독히도 외로운 시간을 그렇게 5년이나 보내 왔습니다. 가끔은 

돌아가신 가족 생각에 울음이 치밀어 오르기도 하고, 아무 생각없이 멍하니 앉아서 눈에 들

어 오지도 않는 뉴스를 읽기도하고.. 이 외로움이라는것은 정말 이제 나에게서 땔 수 없는 녀

석이 되어 버린것 같습니다.

 

 

필고

걱정하시는분 많고, 또 어떤분은 "갑자기 나타난 놈이 너무 설치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

하실지 모르지만 전 요즘 이 필고 덕분에 외로움이라는 녀석을 조금은 밀어 낼 수 있는것

같습니다. 쪽지 보내주시는 많은 분들도 감사하고, 이렇게 한국말로 대화 할 수 있는것도

너무 감사합니다. 또 이를 통해 만난 분들도 감사합니다. 

 

오늘은 어제랑 뭔가 다른 기분좋은 희망과 뿌듯함이 함꼐하는 아침인것 같아서 함께 나누

고자 몇자 적었습니다. 늘 사랑하는 마음으로, 너그러이 이해하는 마음으로, 평안한 하루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누구도 걷지 않은 그런 길없습니다. 지금 당신의 힘든 그길도 누군가는 걸었을 것이기에

당신도 이겨 낼 수 있으며... 지금 당신 걷는 성공의 그길도 누군가는 이미 걸었던 길이기

에 과신하지 말고 , 오만하지 않으며 늘 겸손하게 살아야 할 것 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