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오랜만에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장만한 음식을 먹으며 하지 못했던 이야기보따리를 풀자 화목한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하지만 즐거운 어른들과 달리 친척 동생들은 제 각각 스마트폰을 다루느라 정신이 없었다. 참고 지켜보던아버지는 결국 "요즘 애들은 하나 같이 다 저 짓거리만 하고 있네, 그만들 해라"하고 폭발하셨다.

순간 분위기는 얼어붙었고 작은아버지들은 말에동의한다는 듯 "그러게요 형님, 세상이 미쳤어요, 어른아이 할 거 없이 전부 다 저 폰만 잡고 살아요"라며 받아쳤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친척동생들은 스마트폰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 시장 '한국'








스마트폰
 
ⓒ 김시연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3272만7249명으로 세계 7위 수준이다. 스마트폰 보급률로 따지면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 61%를 차지하며 일본(65%)에 이어 세계 두 번째에 해당한다. KT경제경영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오는 2015년에는 스마트폰 가입자가 5800만여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은 스마트폰 사용자가 많고 인프라 또한 잘 발달되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핵심으로 불린다. 이미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절반을 넘긴 애플과 삼성이 가장 치열하게 싸우는 곳이며 스마트폰 서비스 관련 업체들도 너나 할 것 없이 한국을 주요한 테스트 시장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의 발전 못지않게 주목해야 할 점은 스마트폰이 최근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스마트폰을 필수로 챙긴다고 할 만큼 언제 어디서나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스마트폰을 꺼내든 모습을 볼 수 있다. 심지어 화장실 갈 때도 스마트폰을 챙겨가는 것이 습관화됐다. 강남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용환씨(31)는 "출퇴근 길 지하철을 타면 10명 중 7~8명은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해가 지날수록 책을 손에 든 사람은 줄어들고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 만지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때와 장소 구분 못하고 사용하며 생기는 문제도 심각하다. 수업시간에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게임을 하는 학생들은 부지기수고 직장에서도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운전자의 스마트폰 사용은 대형사고로 직결될 수 있을 만큼 위험하다.

교통안전공단의 실험 자료에 따르면 운전 중 운전자의 시선은 유효한 전방시야를 확인하는 데 90% 이상 쓰이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50% 이하로 급감한다. 또한 시야 분산은 제동거리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며 만취한 수준만큼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올 3월부터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시행되면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 시 범칙금이 최고 7만 원 부과되지만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스마트폰의 수많은 기능들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다른 이와의 '소통'이다. 위치를 기반으로 한 여러 어플리케이션이 등장하며 나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을 찾아보고 이야기 나눌 수도 있는 시대가 됐다. 또한 실시간으로 나의 상황을 누군가에게 알리며 감정을 공유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정작 내 눈 앞에 보이는 상대에게는 대화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처럼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폰만 주시하는 경우가 흔하다. 사람과의 소통을 외치면서 정작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있을 때 각각 스마트폰으로 다른 행동들을 하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지하철 속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에만 빠진 한국 사람들을 보며 외국인들은 다가가기 무섭다고 말한다.

입으로 오가는 대화가 줄어들면서 사회 전체의 분위기는 삭막하게 변하고 있다. 저녁 가족이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나눴던 과거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점심시간 식사가 나오는 그 짧은 시간까지 회사동료들을 눈앞에 두고 서로 스마트폰을 주시하기 바쁘다. 어느새 말을 먼저 건네는 것이 어색한 사회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