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카티에서 NAIA 3공항 근처에 갈 일이 있어 저녁 8시쯤에 택시를 탔습니다.

- Maxim hotel tayo. Skyway na lang kuya ha?

 (맥심 호텔 갑시다. 스카이웨이로 가주세요 네?)

하자마자 

- Saan ba sir? Hindi ko alam doon

 (어디요? 나 거기 잘 모르는데..)

라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진짜로 모르는지 가짜로(?) 모르는지 저도 모르니까(?) 다시 물어봅니다.

- Doon sa kabilang NAIA-3. Hindi mo ba alam doon?

  (NAIA 3공항 건너편 몰라요?)

- Ah! NAIA-3.. Skyway sir? Hindi ako marunong eh

 (아! NAIA 3공항.. 근데 스카이웨이요? 거기 잘 모르는데.. 긁적..)

마카티에서 운행하는 택시기사 치고 스카이웨이 모르면 운전대 놓고 관 짜야될텐데..

조그마한 거리 이름 대고 어디 코너 가자 그래도 다 찾아가는데.. 이건 또 무슨 말인지..

- Sige kuya diretso na lang hangang Osmena tapos umikot sa kaliwa.

  (그냥 직진해요 오스메냐까지 그리고 좌회전하세요)

그리곤 약간의 교통체증으로 7분 정도를 서 있다가 오스메냐 하이웨이로 들어서는 순간

신나게 가속페달을 밟으면서 달리는데 스카이 웨이 잘 모른다던 사람이 갑자기

저기 고가 넘어서 부엔디아에서 스카이웨이 타면 되지요? 하면서 묻지도 않고 잘 갑니다.

그때 알았네요. 간 볼려고 물어본거라는거..

대충 간 봐서 싱거우면 일방통행길로 들어가서 이리저리 빙빙 돌면서 얼마 안되는 돈 더 받을려고

애썼을 텐데 일찌감치 포기했나 봅니다. 

동네 트라이시클 기사들은 목적지 대면서 얼마 받을거냐고 흥정하면 금액을 꼭 스페인어로 기수로 얘기해서

알아듣나 못 알아듣나 간을 보던데 마닐라 택시 기사들은 이런 식으로 간을 보네요.

지난번엔 아베니다에 가면서 대로가 두 갈래로 갈라지니까 갑자기 왼쪽으로 갈까요 오른쪽으로 갈까요 묻길래

'맘대로 하세요'라고 한 적이 있는데 -_-

택시타는 거 정말 스트레스 받아요.

길을 돌아가도 스트레스를 받고 도나 안도나 감시하는 것도 스트레스 받고

미터기가 정상적으로 도는지 체크하는 것도 스트레스 받고..

한번은 뒷좌석에서 미터기가 안보이도록 룸미러에다 곰인형 매달아 놓은 택시를 탄 적도 있었는데

목적지에 내리면서 평소에 나오는 것보다 한 절반 가량 더 요금을 낸 적도 있습니다.

아주 교묘하게 어떤 각도에서든 뒷좌석에서는 미터기 요금 부분이 안보이는데 차가 회전할 때만

인형이 흔들리면서 아주 가끔 숫자를 보여줍니다. 환장하죠. ^^;

이후에 체크한 결과로는 기본요금 40페소에 298미터당 3.5페소씩 올라가고 이와는 별도로

정지상태나 저속주행시에 3분당 3.5페소씩 올라갑니다.

택시타면 가끔씩 계산하면서 거리랑 시간 올라가는 거 보는데 이게 또 계산은 정확하게 해도

거리나 시간이 겁나게 빨리 올라가는 경우도 있어서 정말 스트레스 받지요.

한국 미터기로 치자면 차가 시속 60으로 달리는데 미터기에 말 그림은 시속 100 정도로 발이

안보이게 달리는 상황이 되는 거지요.

이도 저도 아니면 버스터미널 근처에서 아예 미터기 + 얼마로 터무니없는 요금 불러대는 기사들도 있고..

그래서 자주 타게 되는 구간은 휴대폰에 나오는 거리를 저장해 두고 예상요금을 미리 알고 탑니다.

중간에라도 미터기가 이상하게 돌거나 하면 내릴려고요. 7킬로미터면 300미터 23번 곱해서

40페소 + 80페소 + 시간요금 식이죠. 구글맵의 길찾기 기능을 쓰면 초행길도 대략 거리는 나오네요. ^^

마닐라 택시 정말 시간대에 따라서 잡기도 힘들지만 신경 써야할 것들이 너무 많네요.

문단속에.. 미터기에.. 기사하고 입씨름 해야하고.. 가는 길 감시해야 하고..

적은 돈이니 팁 준다 셈 치고 맘 편하게 그냥 달리는 대로 끌려가고 달라는 대로 주는 게 왕도일까요? ^^

저런 환경 + 여건에다가 노안 있는 할아버지 운전기사 + 백만년 된 일본똥차 스팀팩까지 얹으면

뒷좌석에 목받침도 없어서 타고 가다 뒤에서 받히기라도 하면 경추에 있는 CD(?) 빠질까봐 겁도 나고..

기사하고 입씨름 하다가 속터지면 입 안에 옥수수(?)를 다 털어버리고 싶을 때도 간혹 생깁니다.

저는 그렇게 다혈질이 아닌데도.. 마닐라에서 택시를 탈 때면 향수병에 빠지는 1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