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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정부 "술루족 휴전 제안 거부"

 

(하노이=연합뉴스) 김권용 특파원 = 

 

말레이시아가 동부 사바주(州)에서 농성을 벌이던 필리핀 부족 측의 휴전 제의를 거부, 압박 공세를 계속해 양측 사망자 수가 60명으로 늘어나는 등 인명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7일 필리핀 언론과 외신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경찰은 최근 이틀간 사바주 대치지역 주변에서 벌어진 양측간의 교전으로 이슬람 부족 32명이 사살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주말 이후 지금까지 사바 현지에서 발생한 인명피해는 필리핀 이슬람 부족 52명, 말레이시아 경찰 8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군경의 강도높은 `소탕 작전'이 이어지고 있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이날 항공편으로 사바지역 작전 현장을 둘러본 뒤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이슬람 부족 측의 휴전 제안을 거부할 방침임을 공식 통보했다.

 

나집 총리는 현지 취재진에게 아키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슬람 부족이 즉각 무기를 내놓고 가능한 한 빨리 항복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아흐마드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시아 국방장관도 "무장세력이 무조건 항복하지 않을 경우 일방 휴전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 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는 특히 이슬람 부족 측의 휴전 제안을 믿어서는 안된다며 "사바지역 주민들과 모든 말레이시아 국민을 위해 우선 무장세력을 모두 소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레이시아는 특히 이들 부족이 이용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육로와 해로를 차단, 식량과 무기류 반입을 원천 봉쇄했다.

 

이에 앞서 필리핀 남부 술루지역 이슬람 지도자 자마룰 키람 3세는 수도 마닐라에서 이날 낮 12시30분(현지시간)을 기해 일방적인 휴전에 들어간다며 말레이시아 측에 상응조치를 촉구했다.

 

키람 3세는 당시 술루족이 추가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휴전 선언은 유혈사태를 종식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필리핀 법무부는 키람 3세 등 사바 사태의 주요 책임자들을 처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이에 맞서 이슬람교도 등이 강력 반발하고 나서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법무부는 이날 키람 3세 등 핵심세력을 형사 소추하기로 하고 국립수사국(NBI)에 관련 절차를 밟을 것을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키람 3세에 대해 불법 무기 소지와 선거기간 총기소지금지 위반, 불법 단체조직 등의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말레이시아에 그의 신병을 인도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이슬람 단체들은 이날 오전 필리핀 대통령궁 경내까지 진입, 아키노 대통령의 사태 대응에 항의하는 시위에 나섰다.

 

이슬람교도 등 일부 필리핀 시민들은 전날에도 마닐라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관 앞에 집결, 말레이시아 정부의 술루족 진압 작전과 `테러리스트' 규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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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3/07 22:4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