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점심을 위해 들린 고롤도 졸리비..

막간을 이용해 담배 한대를 위해

그늘 한뼘을 찾는데

어느 곳에도 없다..오직 땡볕..

아, 그런데 딱 한 곳..

작은 나무 한그루가 만들어낸 그늘에

좀전에 주차를 봐주던 녀석이

박스종이를 깔고 디비져있다..

'스무살 정도 됐을까? 한심하게스리..'

얼굴의 반만 그늘에 걸치고 한모금 당기는 순간

녀석이 말을 건다..

"어디서 왔수?"

"코리아!!"

냉랭하게 대답을 하고 외면하는데

녀석이 부스스 일어나며

꼴같잖게 자리를 양보한다..

'됐어, 짜샤..너나 계속 디비져 있어..'

쳐다도 보지 않았더니 다시 눕는다..

그런데 잠시 후

녀석이 벌떡 일어나더니

그야말로 쏜살같이 어디론가 달려간다..

30여m를 달려가 녀석이 도착한 곳에는

시각장애인 하나가 지팡이에 의지해

막 차도에 발을 딛고 있었다..

그러고도 50여m를 동행하여

안전한 곳까지 안내한 후

땡볕 아래 터벅터벅 돌아온

녀석의 얼굴엔 땀이 흥건하다..

'저 십새가 날 감동먹이네..ㅠㅠ'

차마 더러운 얼굴에 뽀뽀는 못하겠고

녀석은

그 순간 주차보조비 10페소를 확보했다..

 

'세부, 사람사는 곳 맞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