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참 좋다. 행복해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있는 빌리지 게이트를 벗어나 약 500미터쯤 가면 전형적인 필리핀 로컬동네가 나온다.
초입부터 많은 사람들이 북적인다. 엉성한 구루마에 바나나와 파파야,파인애플을 팔고있는 장사꾼부터
시작하여 그 옆에는 동네 꼬마들이 동전치기를 하고있다. 참 이런건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우리가
어렸을적에 놀던 모습과 어쩌면 그리도 똑같을까...
또 그 옆에서는 15~17살쯤 되어 보이는 아가씨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학생이라고 하기에는 아가씨같은
두 여인네가 역시나 엉성한 포장마차 같은 판대기 위에서 할로할로(팥빙수)를 만들어서 팔고있다.
너도나도 5페소,10페소짜리 동전을 들고 차례를 기다리고 서있다.
그들의 얼굴에는 늘 미소가 보인다. 옷차림새는 참 허접해 보이지만 항상 해맑게 웃고있다.
그들이라고 왜 걱정거리가 없겠는가... 하지만 그많은 사람들중에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사람은
진짜 찾아보기 힘들다. 그순간 따호 장사가 따호를 외치며 지나간다. 따호는 한국의 순두부와 비슷하다,
따호 장사한테 사람들이 대여섯명이 몰려간다. 역시 5~10페소짜리 동전을 들고 순서를 기다린다.
이번에는 뚱뚱한 아줌마들이 평상위에서 카드놀이를 한다. 무슨 게임인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그녀들은
아주 즐거워한다. 카드놀이를 하면서도 먹거리는 항상 달고다닌다. 주섬주섬 입으로 연신 들어간다.
조금 더 들어가니 동네 노인네들이 웃통을 벗고 시멘트 바닥에 앉아서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있다.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뭘까? 크게 궁금하진 않지만 지나가면서 나도 그들도 눈으로 인사를 한다.
이번에는 수박장사가 구르마를 끌고 지나간다. 커다란 수박을 어찌 그리도 얇게 잘랐을꼬....
가격을 물어보니 한조각에 10페소란다. 수박장사 나름대로 시원하게 해서 판다고 각목으로
사각틀을 짜서 사각틀 위에 투명 프라스틱 비닐을 씌우고 얇게 썰은 수박을 가지런히 놓고는
그 주변에 얼음을 배치하여 시원하게 해서 판다. 실제로 10페소를 주고 한개 사서 먹어보니 시원하다.
커다란 비닐봉투를 들고 다니면서 캔깡통,패트병,비닐,고철 등을 줍는 아이들이 눈에 띄인다.
그 아이들은 매일같이 이런걸 주어서 정크샾에 갔다 팔아 그 돈으로 빵도 사먹고 콜라도 사먹는다.
또 아주 섹시한 젊은 여인네들이 모여서서 핸드폰으로 문자도 보내고 통화도 하면서 웃고 떠든다.
애인하고 통화를 하면서 저러는걸까? 암튼 즐거워 보인다. 시장에 가서 먹거리를 사가지고 트라이시클을
타고 동네 골목으로 들어가는 아지매들도 더러더러 보인다. 골먹길에 숯불을 피워놓고 생선도 굽고
고기도 굽고 밥도 하고 하는 모습도 보인다. 일렉트릭 리페어 샵이 보인다. 그곳에서는 날마다 고장난
텔레비젼,선풍기,세탁기,냉장고,DVD플레이어 등을 고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살다보니 고장난 가전제품이
하루도 끊일날이 없는것이다. 이발소가 보인다. 컷트 30페소 또는 40페소라고 써있다. 이발소라고 해봐야
에어컨도 없고 낡은 선풍기 한대 틀어놓고 머리를 잘라준다. 이발소 역시 사람들이 많이 살다보니
매일같이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고물상도 여기저기 많다. 영어로 JUNK SHOP 이라고 씌어져있다.
정크샵 앞에는 항상 고물을 가지고 와서 파는 아이들과 전문적으로 고물을 취급하는 남자 어른들이 보인다.
왼쪽 오른쪽으로 작은 빵집도 많다. 빵 이라고 해봐야 몆가지 안되는 종류를 엉성한 진열대에 진열해 놓고
팔고있다. 여기서 파는 빵들은 대부분의 가격이 1개에 2페소다. 조금 크고 맛이 좋은것은 5페소다.
약국도 보인다. 로컬동네 약국에서 파는 약은 대부분이 저렴하다. 비싸면 못사기 때문인것같다.
LPG-가스 가게도 보이고 자전거를 수리해 주는 허름한 수리점도 보인다.
포켓볼을 치는 당구장이 보인다. 한국에서 저정도 당구대 라면 이미 버렸을것이다.
칠이 다 벗겨지고 낡고 낡은 당구다이를 놓고 웃통을 벗은 젊은 남정네들이 신중한 모습으로
당구공을 친다. 내기를 하는듯 보였다. 잠시 당구장에 서서 구경을 한다.
당구장 바로 옆에서는 필리핀 사람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한개씩은 먹어야 하는 일명 로컬헴버거를
만드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20페소에 원플러스 원이라고 써있다. 20페소 내면 2개를 만들어준다.
햄을 굽는 냄새가 어찌나 코를 진동하는지 햄버거 하나를 주문했다. 맛은 별로지만 냄새는 일품이다.
하나를 주문하면 2개를 만들어 주기때문에 20페소를 내고 2개를 먹는다. 상술인지 모르지만 햄버거만
먹는 사람은 거의없다. 반드시 콜라를 시킨다. 콜라는 1병에 7페소다. 240ml 아주 작은병이다.
아이스박스 속에 얼음을 넣고 그속에 각종 청량음료를 보관해 두었다가 판다. 콜라가 단연 많이 팔린다.
햄버거에 시원한 콜라까지 한잔 마시고 나니 배도 부르고 트름이 살짝 나온다. 또 걷는다.
세탁소가 보인다. 이곳은 나도 자주 애용하는 세탁소다. 아이들 교복수선, 바지 단 줄이고 지퍼수선,등등
가끔씩 오는집이다. 주인이 나를 반갑게 맞는다. 헤이 코리아노 하면서 손을 치껴든다.
나도 헤이 프렌드. 하면서 반갑게 손을 들어준다. 세탁소에 들어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정확하게 통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서로의 마음은 읽을수 있다.
세탁소에 앉아 있는데.. 중간 크기의 플라스틱 통안에 이것저것 먹거리를 만들어 가지고 다니면서 파는
아지매가 들어온다. 뚜껑을 여니 맛있는 냄새가 난다. 룸비아,바나나큐,고구마맛탕,판싯까지 있다.
세탁소 주인은 룸비아와 판싯을 산다. 나보고 룸비아 한개를 먹으라고 권한다. 안먹으면 사람 차별한다고
생각할까봐 얼른 받았다. 살라맛 하면서 먹어보니 맛있다. 잘먹었다고 인사를 하고 세탁소를 나왔다.
이번엔 부코쥬스 장사가 보인다. 로컬동네 어딜가도 이 부코쥬스 장사는 꼭 보인다.
부코쥬스는 영어로 코코넛쥬스다. 코코넛 원액을 넣고 얼음과 설탕을 적당히 넣고 휘이 휘이 저어서
파는데 큰컵은 10페소 작은컵은 5페소다. 마셔보면 시원하고 맛있다. 5페소짜리 한컵을 사서 마시고는
또 걷는다. 골목 한켠에 농구대를 설치해 놓고 어린 아이들이 길거리 농구를 하고 있다.
모두들 웃통을 벗고 뛴다. 하지만 농구 실력은 대단하다. 어찌 저리도 몸이 유연한 것인지...
농구 하는것을 바라보고 있다보면 내 몸도 이리저리 흔들린다. 마치 리바운드를 내가 따낸것처럼...
너무 깊숙히 들어왔나보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것 같다. 뒤로 돌아 갓...
필리핀 사람들이 걷기를 싫어해서 그런지 로컬동네 골목길에는 빵집도 많고 이발소도 많고 구멍가게도
많다. 집에서 나와 불과 100미터 안쪽에 필요한 모든 가게들이 있는셈이다.
로컬동네 사람들은 매일같이 이런 풍경으로 살아가고 있다.
오늘도 로컬동네에 와서 느끼는것이지만 사람들이 참 좋다. 행복해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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