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필고에 항상 정보만 얻어가고 글을 남긴 적은 없었는데 처음이네요.

우선 항상 좋은 정보들을 올려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글을 올리는 이유는 어제 제가 경험한 일에 대해서 다른 분들의 의견이 궁금해서 입니다.

 

어제 이란과 축구 경기가 있었지요.

사실 이런 중요한 경기는 퇴근 후에 회사직원들 또는 친구들..가족들과 맥주와 함께 보는 게 소소한 즐거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퇴근 후 에 필리핀에 온지 얼마 안되 아직 힘들어 하는 와이프와 몇달 전 엄마와 같이 와서 어제 처음으로 학교에 등교를 한 스트레스 많은 딸..그리고 아직 여기가 어딘지 잘 모르는 아들과 저녁 겸 축구도 볼 겸 한국식당을 갔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시청을 하였고, 그 주변 에서 사업(한인슈퍼, 병원 등)을 하시는 분들도 함께 있었죠. 물론 그 분들은 절 모르시겠지만 전 다 알고 있죠. 많이 뵌 분들이고 그 분들이야 제가 one of them 손님이라 기억 못하시는 것이겠죠.

 

전반전이 끝날 무렵 식당 밖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는데, 식당 사장님께서

"혹시...(아주 어렵게 꺼내신 것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있으려고 하죠?"

아주 조심스럽게 그리고 지나치게 정중하게 문의를 하셨고, 전 그 의미를 알았죠.

 

"네..다른 손님들이 저희 때문에 담배를 못 펴서 불편해 하시나요? 애들은 떨어지려 하지 않아요.."

라고 말씀 드렸고..사장님께서는

 

"네네 신경 쓰지 마세요. 손님들이 문의를 하셔서요."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주 정중하셨습니다.

 

대부분의 남자 손님들과 식당에서 축구를 보는데 저희 애들 때문에 담배를 못펴서 몇 분들이 많이 불편 하셨나 봐요. 하지만 거긴 술집도 아니고 전체가 금연인 고깃집 이였습니다. 저희가 자주 갔던 곳이고요. 금연이라 저희가 그날도 갔었습니다. 물론 답답했던 우즈벡 경기도 거기서 봤었습니다.

 

조금 불편한 마음으로 후반전을 기다리고 있는데, 앞 테이블에 한 손님(제 자리와 불가 20cm?)이 크게 소리를 치시더라고요. "아! 담배 피면 안돼? 여기서? 재털이 좀 가지고 와!" 하고 사장님께 소리를 치시더군요. 물론 저희보고 들으라고 하는 것이지요. 그 한마디 전에도 계속 뭐라고 하셨었죠. 아마 저희가 못 들은것 같아 이번에는 좀 크게 샤우팅하셨나봅니다. 답답한 축구경기 한풀이도 좀 할 겸요. 우렁차셨죠. 음치인 저로써는 그 목청이 진심으로 부러웠습니다.

 

안 그래도 와이프가 “사람들이 불편해 하는 것 같으니 집에 가자”고 한 후에 몇 분 지나지 않아 또...그 소리를 들으니 정말 뭐라고 하고 싶더군요.

 

여긴 금연 아니냐고요. 아니면 일행 분 중 몇 분은 아까부터 커튼으로 쳐진 바로 옆 칸으로 가서 몰래 담배피고 나오시던데 그 분은 그냥 그것도 귀찮으셨나 봅니다. 한 손에 소주잔 한 손에 담배를 펴야 진정으로 이 시대에 훌륭한 한국사람이 되는 것인지요? 금연식당에서 바로 뒤 테이블에 10살 6살 아이가 있는데도요.

 

결국 와이프의 성화에 저희는 그냥 후반 시작한지 얼마 안돼 계산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기분 좋게 축구보고 가족들과 식사하려는 자리가 몇몇 한국 분들 때문에 정말 엉망이 되었죠.

(아마 그 분 중에는 한인교회에 집사님도 계셨던것 같습니다.)

 

그 분은 아마 가족들, 친구들 지인들에게는 항상 도덕적으로 살아라..남에게 해를 끼치지 말아라..말씀하시고 교육하시겠죠. 물론 본인도 그렇게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시겠지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 받는 삶을 기대하시겠죠.

 

저희 가족이 쫓기듯 식당에서 나와야 하는 이런 상황이 맞는지요?

금연 식당에서 가족들과 애는 안재우고10시 넘게까지 축구를 봐서 다른 분들이 담배를 못 피게 만든 저희가 너무 생각이 짧았는지요? 여긴 한국이 아니라 필리핀이기 때문에요.

 

아니면 그 분이 필리핀에 너무 오래 사셔서 현지화가 다 되어 버리신 건지요? 정말 그렇다면 한국식당이 아닌 필리핀 로컬 바에서 파퀴아오 경기와 NBA Final 마이애미를 응원 하시는 게 맞겠죠.

타지에서 한참 많아 보이는 분들과 입씨름하기도 싫고, 식당에서 일하는 필리핀 직원들 보기 창피해서 그냥 나왔지만, 답답한 마음과 이게 정말 맞는 건가? 옆에 그분의 아이들 또는 가족들이 있었어도 그랬을까요?

 

이런 사사로운 게 사람을 더 힘들게 하지 않나 싶네요. 와이프는 다시는 거기 가지 말자고 합니다. 전 아니라고 했습니다. 사장님도 친절하시고 저희 갈 때 밖에까지 나오셔서..왜 가시냐고 하셨죠.

제 생각에는 저희가 거길 안가는 게 아니라 그 분s이 로컬 바에 가셔야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편하게 담배도 피고 배도 반정도 내놔도 누가 뭐라 안 할테니까요.

 

우리 스스로도 필리핀사람들을 보며 “이 놈들 왜 이리사냐..개념이 없냐..쓰레기 같은 새끼들”하면서 우리가 우리도 모르게 그러고 있는 건 아닌지.. 제 스스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런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지역과 식당을 밝히지 않는 건 그 식당의 사장님과 종업원들을 저희가 아직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식당의 문제가 아니라 현지화가 완벽히 되신 몇 분의 문제이니까요. 아마 이 글을 식당 사장님이 보시면 제가 누군지 아시겠지요. 항상 친절함에 감사 드립니다.)

//추가글.

저도 다시 제가 쓴글을 다시 읽어보니 "현지화"의 단어가 폄하하는 것 처럼 보일 수 있겠네요. 현지화라는 단어가 좀 잘못된것 같네요. 불편하신 분들에게 사과드립니다. (원글을 수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처음보는 분들은 이해를 못하실테니까요..)

제가 하고 싶었던 내용을 좀 더 설명드리자면...

한국이라고 하면 시간이 늦어도.. 자정이 되어도 금연식당에서는 담배를 못피우지요. 유명한 프렌차이즈인 설렁탕집에서 새벽 1시에 반주겸 소주한잔 하며 담배를 피우는건 불가능하지요. 아예 생각조차 안하게 되죠. 하지만, 필리핀에서는 똑같이 금연인 한국식당(고깃집, 백반집 등)이고 한국사람인데 담배 피우는걸 심심찮게 목격하죠.(전 아주 많이 보고있습니다. 이것도 선입견이라는 말씀을 하실까봐 걱정스럽긴하네요.) 

마치 사회에서 능력있고 매너 넘치는 회사원이 예비군 훈련장가면 이상하게 풀어지는 것처럼.....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우리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이며, 누굴 폄하하거나 망신을 주기 위함이 아님을 말씀드리고싶네요. 글이 더 길어졌네요. 저도 긴 글은 읽기 싫던데..

우리가 좀 바뀌면 타지에서 우리끼리라도 모범이 될 수 있지않을까.....좀 더 따뜻한 한인사회가 되지 않을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