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세부 공항의 악질적인 고액 세금 부과 행태 때문에 최근 들어 세부 관광도 많이 죽었습니다. 이 나라에 들어오는 첫 관문에서부터 안 좋은 인상을 받으니 발길을 딴 곳으로 돌릴 수밖에요. 한국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하던 교민들도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필리핀 세부에서 한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랜드사(현지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교민 최원일(46·가명)씨는 5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로 유명세가 따르던 세부 관광의 쇠락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서울신문 7월 29일자 8면>

필리핀 전문 여행사와 현지 교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최근 1~2년 사이 부쩍 심해진 세부국제공항 세관의 고액 세금 부과 등으로 인해 한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점차 뜸해지고 있다. 한국인이 세부 관광객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데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고 면세품 구입량도 많아 고액 세금 부과의 집중적인 타깃이 되고 있다고 교민들은 전했다. 필리핀 여행 준비 동호회 운영자 최현호(39)씨는 “단순히 세금이 비싸다는 문제뿐 아니라 한국인에 대한 횡포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차라리 다른 동남아 국가를 택하겠다는 여행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해 100만명에 이르는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현지 여행사, 식당 등을 운영하는 교민들도 줄어드는 관광객에 속을 태우고 있다. 교민 최씨는 “관광객들이 말레이시아나 태국 등 다른 국가로 발길을 돌리면서 현지 여행사의 경우 전성기 때에 비해 20% 정도 수입이 줄었다”고 말했다.

교민단체를 중심으로 필리핀 정부 당국에 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민간 단체 자격으로 정부에 요구를 관철시키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필리핀 세관의 횡포로 인천공항세관에 불똥이 튀는 경우도 있다. 필리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국내 여행객 중 일부가 “필리핀 세관에 이미 세금을 냈으니 인천공항에서 또 내는 것은 이중 과세”라며 납부를 거부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세관 관계자는 “현재 400달러(약 44만원)로 정해져 있는 국내 여행객 1인당 면세 범위 규정에 따라 세금 부과를 할 수밖에 없어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윤샘이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