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전편 요약 해드립니다.

1. 가난한 나라에게 구호물자가 들어갈 시, 중요한 것은 그것의 분배의 문제다.

2. 누가 분배권을 가지고 있는가? 당연히 정보와 인력을 가지고 있는 당국 혹은 기득권.

3. 한국 또한 구호물자의 분배가 기형적으로 일어남. 제일제당의 사례.

-----------

자, 좀 더 빨리 진행해봅시다.

우리가 흔히 후진국으로 부르는 국가들, 말인즉슨 2차대전 이후에 발전한 국가들 중 제 3세계에 위치했던 국가들이 아무리 경제발전을 한들 우리가 그들을 선진국으로 부르지 않습니다. 이유는 물론 부의 불평등한 분배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사회 시스템들일 텐데요.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부분은 이런 제도적인 부분을 넘어서는 문화적인 부분 혹은 국민들의 멘탈리티의 부분들입니다.

이른바 근대화가 잘 되어있지 않는 나라에 막대한 양의 구호물자와 자금이 들어갔을 때 그것을 집행하는 것은 단연 그 나라 지리와 행정에 익숙한 공무원들과 그 물품들이 새어나가지 않게 지키는 군인들일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군대를 파견한다고 한들 이들 또한 해당 나라의 지리나 인구 시스템 등을 잘 모르기 때문에 결국 당국의 분배시스템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즉, 이렇게 가는 구호물자들은 해당 정부가 100% 투명하고, 공정하다는 가정 하에만 고통받고 있는 민중의 가장 아래까지 도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후진국 사회에서 그것이 불가능 하다는 것은 여러분이 오히려 더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혹자는 낙수효과를 말합니다. 병에 물을 넘치게 따르면 그 넘치는 물이 사회의 밑자락 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제가 그 논리의 허구를 짚어내려 합니다.

아프리카 시에라 리온의 슬픔을 아시는지요? 아니, 그 전에 아프리카는 드넓은 대륙이고 우리의 상상대로라면 초원과 숲에사는 부족들로 이루어져 있어야 할텐데 어떻게 국가라는 것이 생겨났고, 지배자의 개념이 등장했을까요? 

그것은 서구 강대국들의 식민쟁탈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서구 강대국들은 초기에 아프리카나 동남아에 근대국가를 형성해놓지 않았습니다. 필리핀이 왜 스페인의 식민지로 400년을 머물면서 발전이 없었는 지 아십니까? 당시 스페인의 식민화 목적은 약탈이었기 때문에 그 나라를 굳이 발전시킬 이유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할 필요도 없었던 것입니다. 

필리핀이 당시 귀족 중 한명이었던 필립의 사람들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 아십니까? 그들은 굳이 동남아의 드넓은 자원의 보고를 발전된 하나의 국가로 만들지 않았던 것입니다. 아프리카도 이러한 기류는 마찬가지 였습니다. 

약탈이 목적인 식민지에서 유일하게 필요한 것은 노예로 부릴 인력들과 운송로입니다. 그래서 강대국들은 항구 등과 최소한의 도로만 건설하게 됩니다.(사실 도로는 현지인들이 운반할 것이니 잘해놓을 필요는 없었죠. 항구만 잘 해놓으면 되었던 것입니다.) 이제 왜 필리핀의 수도가 마닐라인지 대충 짐작이 가시겠죠?

그렇다면 피의 20세기, 왜 서구는 아프리카나 남미 혹은 동남아를 근대화시키기에 나섰을까? 그것은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내수로만 유지하기 힘든 경제팽창을 외부로 돌려야 했기 때문입니다. 안정적인 자원 수급 외에도 이른바 '과잉공급'을 해결할 수 없는 처지에 들어선 것이죠. 

1929년 미국의 대공황을 아십니까? 이른바 과잉공급의 폭탄을 맞은 미국은 공급은 넘쳐나서 재고는 창고에 쌓여 가는데 국민들은 가난해져 그 물건을 살 수 없는 기이한 지경에 이르게 되죠. 과잉공급은 단순히 많이 만들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렇듯 사람들이 살 수 없을만큼 만들었다는 의미가 됩니다. 경제순환이 어느 지점에서 오류가 생긴 것이죠. 그런데 왜 당시 유럽과 영국은 과잉공급없이 역사를 이끌어갈 수 있었을 까요?

아직까지도 가장 설득력 있는 원인은 영국과 유럽이 확보한 식민지 때문인 것이죠. 그 후 미국도 정신을 차리고 식민지 쟁탈전에 끼어들게 됩니다. 미국 이전에 끼어들은 이탈리아, 독일, 일본이 식민지 쟁탈전에 뒤늦게 뛰어들었고 이들과의 갈등에서 빚어진 전쟁이 세계2차대전인 것입니다. 미국은 운 좋게 연합군으로 올라타면서 신흥 강대국들을 박살낼 수 있게 되었죠. 그러면서 필리핀도 미국의 식민지로 넘어가게 됩니다. 

현재 필리피노들이 왜 미국의 식민지 시절을 감사하는 걸까요? 미국이 그 동안 스페인 식민지 암흑기에 있었던 필리핀에 근대적인 시스템을 도입하고 도시를 건설해 그야말로 "자본주의 근대화"를 이루어냈기 때문이죠. 참고로 말씀드리면 현재의 필리핀은 이때에 계획되고 건설된 모습 그대로 입니다. 마닐라를 가로지르는 C-5와 에드자, 현재 공용어로 쓰고 있는 영어와 알파벳 차용, 퀘존 개발과 삼권분립, 토지조사사업과 행정정비 등. 모든 것들이 이 때 이루어진 모습 그대로입니다. (한국도 미국의 근대화로 이루어진 나라입니다)

여기서 잠깐 사담을 해볼까요? 여러분 필리핀의 정치인들 보신 적 있습니까? 정치인들 가문을 굉장히 중요시 여기죠? 그리고 자세히 보면 생김새가 다 잘생겼습니다. 왜 그럴까요? 네 맞습니다. 대부분이 스페인 혼혈이라 그렇습니다. 미국도 한국을 근대화시킬 때 친일파를 모두 지배계급에 앉히고 마음대로 컨트롤 했던 것처럼, 필리핀도 마찬가지로 스페인에 협력했던 엘리트들 그리고 그 후손들을 근대화의 꼭두각시로 세워버립니다. 그리고는 이들에게 토지조사사업을 맡겨버리죠. 과연 그 결과는요? 여러분이 잘 알고 계시는 것처럼 지들끼리 다 갈라먹었죠. 

다시 돌아와서... 이렇게 미국이 남에나라 발전에 신경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신들이 1929년에 겪은 대공황같은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해야한다는 것을 느낀 것이죠. 그리고는 그야말로 값싼 노동력과 드넓은 시장이 공존하는 신개척지들을 경제적으로 귀속시키기 시작한 것입니다. 물론 필리핀은 태평양 한 가운데서 중국 및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는 전초기지였기 때문에 더욱 발전 시킨 이유도 있습니다. (클락의 미군기지를 아시나요? 이제야 하나하나 다 연결이 되시죠?)

아프리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프리카에 널린 수많은 천연자원들. 유럽은 그 나라에서 식민지를 철폐한다는 조건으로 그 나라에 꼭두각시를 세워놓고, 모든 천연자원들에는 100년 독점채굴권 등을 걸어놓고 인력 등을 철수하죠. 이것은 훨씬 효율적인 지배였습니다. 총칼을 들이밀고 싸울 필요도 없었고, 민주주의 등이 발전하던 시대에 쓸데없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도 없었죠. 그러면서 자기들끼리는 국제연합(UN), 우르과이 라운드 등을 만들어 정치적-경제적으로 후진국들이 일정 수준 더 올라올 수 없도록 유리천장을 만들어버린 것입니다.

자, 아프리카의 현장으로 한 번 들어가 볼까요? 먼저 "호텔 르완다", "블러드 다이아몬드" 등을 보시라고 꼭 추천드립니다. 유럽이 나가면서 누구에게 정권을 이양하고 나갔을까요? 물론 자신들에게 유리한 세력이었겠죠. 그리고 그 세력에게 경제권 또한 맡겨버립니다. 그래서 제 3세계의 대부분 나라는 경제권력과 정치권력이 동일인물인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억지로 부족들을 모아 한 나라를 만들어 놓고 기득권에는 자신들 말을 잘 듣는 충실한 개를 세워놓고 그에게 권력과 군대를 주어 나라를 지배하게 한 것입니다. 대부분 이런 경우에 독재자는 아주 싼 값에 자국의 노동자들을 부려 서구 식민지 모국에 자원과 관광지를 싼 값에 갖다 바치게 됩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사회복지나 인구정책 등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죠. 오히려 복지로 인해 고령화가 진행되면 노동집약적 산업(인간 노동력이 많이 들어가는 산업)에 불리하기 때문에 빨리 죽어나가는 것이 그들에게는 이익이 된 것이죠.(후진국들 평균연령이 낮습니다)

자, 그러면 이제 나타나는 결과들. 인구정책이 없고, 사람이 팍팍 죽어나가니 여성들이 애를 더 많이 낳는다. 성의 통제 불능. 에이즈 등 성병 만연. 복지제도 없어 평균수명 낮음. 그러니까 아이들이 빨리 경제생활 시작. 사회의 경제권이 오직 자원경제 하나로만 통합. 다른 분야 발전 시키지 않음. 교육이나 학문 등 필요 없음. 독재자와 관련 협력자만 부를 더 축적. 양극화 심화. 이러한 양상 반복.

이러면 당연히 깨어있는 몇몇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키게 됩니다. 물론 억지로 합쳐놓은 부족이(친 유럽 부족에 열받은 다른 부족이)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쟁탈전을 벌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이른바 '내전'이 벌어지죠. 제가 너무 간추려 전개해서 다 전달이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질병, 기아, 어린이 노동착취, 내전, 마약, 에이즈, 해적 등이 왜 생겨나고 서구 선진국들은 도와주는 척 하지만 그것들은 사실 일부일 뿐이고 그들의 삶을 완전히 망쳐놓았는지. 

필리핀의 경우 아프리카만큼 심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이것도 다 연결되는 이야기인데요. 먼저 전제조건은 자본주의의 성장동력은 한 나라에서 꽉 차게 되면 다음 나라를 찾아 떠난다는 것입니다. 유럽과 미국에서 꽉차버린 성장동력은 더 큰 소비시장과 더 값싼 노동력을 찾아서 떠돌게 됩니다. 그 중 적당히 인간들이 교육도 되어있고, 시장발전 가능성이 있는 곳을 찾게 되죠. 그곳이 동아시아 입니다. 그리고 그 동아시아로 자본이 몰리게 됩니다.

한국도 그 수혜를 본 나라 중 하나입니다. 한국이 왜 세계 가발 수출국 1위가 되고, 동대문에 섬유공장들이 부지기수로 늘어났을까요? 본격적으로 동아시아가 자본의 놀이터가 되고 맙니다.(지금은 감히 중국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각 수도들이 개발되고, 공장들이 들어서죠. 여러분이 동남아에 많이 가보셔서 아시겠지만 동남아의 수도들이 어마어마하게 개발됩니다. 종종 마닐라가 서울보다 좋게 느껴지는 공간들이 있죠. 아무튼 그렇게 80년대를 넘어서고, 90년대에 접어들어 이곳도 꽉 찼다고 느낀 자본은 또 다시 자리를 옮기고 맙니다. 그러면서 이른바 동아시아 환란이 터지게 되죠. 한국에선 이것을 IMF라고 불렀습니다.

각설하고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바로 이것이 동남아 등지가 그나마 아프리카보다 나은 이유입니다. 그러나 큰 그림에서는 그리 다르지 않죠. 자, 이제 조금 감이 잡히시나요? 이러한 상황에 들어가는 도네이션이 어떠한 장면을 연출하게 될지? 다음 편에서는 그 처참한 광경들과 경제학적으로 왜 도네이션이 그들을 양극화 상태에 고착시키고, 개선과 변화를 막는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제가 틀렸다고 생각하시는 분이나 첨언 하실 것이 있으신 분들은 언제든지 답변 환영입니다. 궁금한 거 있으시면 답변 달아주세요. 일 끝나고 바로바로 답변 확인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편 링크:

http://w9.philgo.com/?module=post&action=view&page_no=&category=&sub_category=&idx=1269596115&post_id=freetal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