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매장된 홍석동씨 등 시신 발굴 가능성 커져

경찰, 필리핀 측에 범죄인인도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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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환전소 여직원 살해사건과 필리핀 여행객 연쇄 인질 납치·강도 사건의 주범 최세용(47)이 지난해 10월 국내 송환돼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주범 격 공범 김성곤(42)이 조만간 한국으로 송환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들로부터 살해된 뒤 필리핀에 암매장된 것으로 알려진 피해자 고(故) 홍석동(당시 30세)씨 등 2명의 시신이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찰청은 최근 법무부와 외교부를 통해 필리핀 당국에 김씨의 범죄인인도를 요청함에 따라 조만간 김씨가 국내로 송환될 예정이라고 2일 밝혔다.

 

현재 필리핀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에 수감 중인 김씨는 지난 2010년 필리핀에 여행간 윤모씨를 납치해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현지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불법 총기 소지 혐의에 대한 재판도 진행 중이다.

 

김씨 등으로부터 간신히 빠져나와 한국으로 돌아온 윤씨는 홍씨 등의 유가족 뜻에 따라 필리핀에서 진행 중인 김씨에 대한 재판 관할권을 한국법원으로 이전해달라는 내용의 서면요청서를 필리핀 법원에 접수했다.

 

필리핀 법원은 윤씨의 요청을 받아 들였고 한국과 필리핀 사법당국은 4월부터 진행되는 불법 총기 소유에 대한 재판이 끝나는 대로 김씨에 대한 범죄인인도 절차와 시기를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 경찰은 김씨가 송환되면 납치·강도 관련 혐의를 캐묻는 한편 지난해 10월 태국에서 검거된 뒤 송환돼 구속기소 된 최세용 등 공범과의 대질신문 등을 통해 홍씨 등이 암매장된 장소를 가려낼 예정이다.

 

김씨가 송환되면 최세용 등 안양 환전소 여직원 살해사건과 필리핀에서의 한국인 여행객 납치·강도 사건을 수사한 부산지방경찰청으로 압송돼 조사를 받게 된다.

 

앞서 홍씨는 지난 2011년 9월 휴가차 필리핀에 여행을 떠났다가 이들에게 납치돼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최세용은 홍씨 등 실종자의 행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말 한국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공범 김모(21)씨가 교도소 동기 A씨에게 홍씨 등이 암매장된 장소에 대해 털어놨고 A씨는 이 사실을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은 김씨의 제보 등을 토대로 홍씨 등이 암매장된 장소를 추적했지만 시신 발굴 비용이 수천만원에 달하고 김씨의 진술 만으로는 확신을 가질 수 없다고 판단해 현재까지 시신 발굴 작업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필리핀에서 진행 중인 김씨의 불법 총기 소유 혐의 재판이 끝나야 국내 송환이 가능하다"며 "필리핀 측에 재판을 빨리 마무리해 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김성곤의 진술 등으로 시신이 암매장된 장소가 확실해지면 발굴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홍씨의 어머니 고금례씨는 "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시신 발굴 등이 진행되지 않아 답답할 따름"이라며 "'살아있다'라고만 하면 몇 년이라도 기다릴 텐데 이미 숨진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라 매일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홍씨 아버지는 아들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다 지난해초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편 최세용과 김성곤 등은 지난 2007년 국내 모 교도소 복역 중에 알게 된 공범 김모(44·검거 뒤 자살)씨 등 5명과 함께 총 7명으로 구성된 강도단을 결성한 뒤 같은해 7월9일 안양환전소 경리 여직원을 살해한 뒤 1억8500만원을 챙겨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이들은 이후 한국, 필리핀, 태국 등에서 차례로 검거돼 재판에 넘겨졌고 2008년 11월부터 2012년 5월까지 필리핀 현지 등에서 한국인 여행객 13명을 납치해 총 3억3000여만원을 빼앗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 중 홍씨와 윤모(38)씨는 실종돼 암매장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