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힘들면 한 숨 쉬었다 가요

당신이 원했던 일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사랑하던 이가 떠나갈 때..
그냥 쉬었다 가요

나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친구를 만나
그동안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말들..
서럽고 안타까웠던 이야기..
조근조근 다 해버리고
운동도 하고 찜질방도 가고
어렸을 때 좋아했던 떡볶이, 오뎅 다 사먹어요

평소에 잘 가지 않던 극장에도 가서
제일 웃긴 영화를 골라
미친 듯이
가장 큰 소리로 웃어도 보고..
아름다운 음악
내 마음을 이해해 줄 것 같은 노래
재생하고 재생해서
듣고 또 들어봐요

그래도 안 되면
병가 내고 며칠 훌쩍 여행을 떠나요
경춘선을 타고 춘천으로 가도 좋고..
땅끝 마을의 아름다운 절 미황사를 가도 좋고..
평소에 가고 싶었는데 못 가봤던 곳
그런 곳으로 혼자 떠나요

그런 시간들을 보낸 후
마지막으로 우리 기도해요
종교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이렇게 힘들어 하는 나를 위해
나를 좀 더 사랑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해요

그리고 용서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해요
그래야 내가 사니까...
그래야 또 내가 살아갈 수 있으니까...
제발 용서하게 해달라고 아이처럼 조르세요

힘들어하는 당신이
곧 나이기에...
오늘도 그대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혜민스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中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