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농구가 큰 웃음을 남기고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우승 레이스에서 탈락했다.

생명 연장의 꿈을 위해 농구에서 보기 드문 자살골까지 감행하는 무리수에도 돌아온 것은 희대의 국제 망신뿐이었다.

필리핀이 28일 오후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서 열린 남자 농구 H조 8강 리그 마지막 날 경기에서 카자흐스탄에 67-65로 승리했다.

그러나 이날 승리는 필리핀의 운명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8강 리그에서 이미 카타르와 한국에 2연패를 당한 필리핀은 무조건 카자흐스탄을 큰 점수 차로 이겨야했다.


상황은 이랬다. 한국이 이미 2승을 거둔 상황에서 카타르가 한국에 지고 필리핀이 카자흐스탄을 잡으면 H조의 카자흐스탄, 필리핀, 카타르는 모두 1승 2패 동률이 된다. 동률이 2팀일 때는 승자승으로, 세 팀일 경우는 세 팀 간 경기의 공방률을 따진다.

필리핀은 카자흐스탄을 최소 11점차 이상으로 이겨야 했다.


총력전을 펼친 필리핀은 4쿼터 초반까지 10여점 차 이상의 리드를 유지하며 청신호를 밝히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체력이 떨어지며 급격하게 추격을 허용했다. 다급해진 필리핀 벤치는 꼼수를 쓰기 시작했다.


농구에서 앞서있는 팀이 반칙 작전을 사용하는 진기한 풍경이 벌어졌다.

카자흐스탄에게 자유투를 내주고 동점을 허용해 차라리 연장에서 점수 차를 벌리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필리핀의 의도를 눈치 챈 카자흐스탄 역시 고의로 자유투를 실투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급기야 종료 11초 전에는 필리핀 센터 마커스 다우잇이 벤치의 지시에 따라 스스로 자기 골대에 자책골을 넣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국제 규정상 볼 경합 도중의 자책골이 나온 것이 아닌, 고의로 자책골을 넣으면 바이얼레이션으로 간주된다.

공격권이 다시 카자흐스탄으로 넘어갔지만 카자흐스탄은 굳이 추격의 의지를 보이지 않으며 그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필리핀은 이기고도 탈락하고, 카자흐스탄은 지고도 준결승행이 확정되며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필리핀은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에서 한국을 물리치고 결승까지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다. 2014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월드컵에서 40년만의 승리를 따내는 등 아시아 농구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그러나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전력의 핵심인 귀화선수 안드레이 블라체가 출전 자격 미달로 불참했고, 주전 가드 제이슨 윌리엄도 부상으로 제외되며 악재에 시달렸다. 필리핀은 대회 보이콧까지 검토하며 강하게 반발했으나 결국 한발 물러서서 출전을 결정했다.

필리핀은 이번 대회 내내 빠르고 공격적인 농구로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고질적인 수비와 뒷심 부족의 문제를 드러내며 강팀들의 벽을 넘지 못했다. 급기야 카자흐스탄전에서는 스포츠맨십에 위배되는 비신사적인 플레이까지 저지르는 추태 끝에 초라하게 탈락했다.

2014-09-29 16_16_53-‘자살골 진풍경’ 큰 웃음 남긴 필리핀 농구의 무리수.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