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집 뒷마당에 풀어놓고 키우고 있는 토끼가 있습니다.

몆년째 방목된 상태로 살아가다 보니 거의 야생 토끼 스타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도 먹을거 챙겨주는 저나 저희집 식구들이 뒷뜰로 나가면 아주 반갑게 달려옵니다.

 

뒷뜰로 나가는 문을 열면 어디에 있었던 그 문여는 소리를 듣고 귀신같이 달려오지요.

뭐... 달려오는 이유는 뻔하지만 말이죠. 먹을거 주나 하고 달려오는거지요.

이렇게 식구처럼 때로는 야생처럼 살아가는 우리집 토끼가 가끔씩 동네 길양이와

 

한판씩 맞짱을 뜨는데요.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때 토끼는 감히 고양이한테

상대가 되지 못할거라는 상상을 깨는 일들이 벌어지곤 합니다.

고양이가 토끼를 잡으려고 2~30분 동안 죽어라 쫒아 다니지만 절대 못잡습니다.

 

우리집 토끼의 주특기인 달리다가 순간적으로 유턴하는 동작은 정말 일품 이거든요.

이 동작에 고양이들이 쫒아가다가 급유턴한 토끼를 놓치고 맙니다.

그리고는 지치게 되지요. 가만히 지켜보고 있노라면  토끼가 고양이를 가지고 노는것 같더군요.

 

다가오면 뛰고 뛰다가 잡힐듯 싶으면 급 유턴하여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니까.

고양이는 토끼를 잡을 길이 없는거죠.  저는 그 상황을 지켜보면서 한손에는 골프채를 들고

여차하면  토끼를 보호하기 위해 뛰어나가서 고양이를 골프채로 내리쳐서 쫒아낼 생각이었죠.

 

그러나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몆번에 걸친 맞짱 대결을 목격하면서 이제는 그냥

보면서 즐기고 있답니다. 제가 보기에는 우리집 토끼는 절대로 고양이한테 붙잡혀 먹히지

않을것 이라는 확신이 생겼어요. 뛰고, 급유턴 하고 결정적일땐  여기저기 파 놓은 굴 속으로

 

뿅 하면서 들어가 버리는 우리집 토끼, 정말 대단합니다. 제가 당근이나 양배추 등을 주면서

다가가서 머리 위쪽을 이리저리 쓰다듬어 주면 바닥에 앞발을 쭉 펼치면서 점점 낮은 자세로

엎드리면서 더 만져 달라고 하는 자세를 취합니다. 좋은가봐요.

 

저는 가만히 생각을 해 봅니다. 과연 이녀석들을 토끼장 안에 가둬놓고 키웠다면  지금처럼

동네 길양이들 한테 여유넘치는 맞짱을 뜰수 있었을까???  토끼장 안에서 밖에서 으스렁대는

고양이를 보면서 스트레스 받고 무서워 하다가 시름시름 죽어갔던 토끼들처럼 그런 신세로

 

전락했을것인데..  풀어놓고 맘것 달리고 뛰고 굴도 파고 하면서 야생 토끼처럼 자라게 된것이

얼마나 잘한 일인 아닌가 되새겨 보았답니다. 이젠 언제든지 고양이가 침입을 한다해도 우리집

토끼들은 절대 고양이들한테 잡히지 않고 오히려 고양이들이 기진맥진 해서 돌아가게 될거라고

 

확신을 합니다. 약 3개월쯤 되었을까요. 토끼가 쥐를 한마리 잡아 죽여서 잔듸밭에 두었더군요.

이상하게도 그날 토끼들이 뒷뜰로 나가는 문앞에 자꾸만 왔다갔다 하더라구요.

이녀석들이 왜 이렇게  자주 왔다갔다 하나.. 하면서 밖으로 나가보니 글쎄 중간정도 크기의

 

쥐 한마리가 토끼 이빨에 물려서 피를 흘리며 죽어 있었어요. 아마도 토끼가 파 놓은 굴 속에

들어갔다가 토끼한테 봉변을 당한것 같았습니다. 그때도 이런생각을 했었어요.

토끼란 동물이 마냥마냥  착하고 순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게 했어요.

 

자기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들이 생각하는 그 이상의 행동들을 과감하게 한다는 것이죠.

아무튼 우리집 뒷뜰에서 오늘도 이리저리 뛰어 놀고 있는 토끼들을 보면서...

그래 거기는 너희들의 터전이다. 그리고 너희들이 지켜가면서 살아야 할 너희들의 집이다.

 

라고 저혼자 중얼거리면서 잔듸가 조금 높히 자란것 같아 내일은 좀 깍아줘야 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잔듸도 토끼들이 웬만큼 자라면 다 잘라먹거든요. 그런데 비가 좀 많이 오면

토끼들이 먹는 속도보다 잔듸가 더 빨리 자라서 한번씩 잔듸를 깍아줘야 한답니다.

 

고양이와 맞짱을 떠도 절대 굴하지 않는 대견한 우리 토끼들 자랑을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 합니다. 요녀석들 내일, 태풍이 오면 다들 어디에 숨어서 태풍을 피하려나??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가장 좋아하는 당근이랑 사과를 좀 사다가 먹여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