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석유 소비국은 웃지만, 석유 생산국은 땅을 치며 발버둥을 치고 있다. 결국엔 누가 웃고, 누가 울게 될까. 

12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대학 산하 연구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유가가 배럴당 40달러까지 하락했을 때를 전제로 세계 45개국의 경제 성장률을 분석해봤다. 

그 결과 가장 큰 수혜국은 필리핀으로 조사됐다. 유가가 40달러로 하락할 경우 필리핀은 향후 2년간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평균 7.6%를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중국과 인도는 각각 7.1%, 6.7%의 증가율을 보이며 싼 기름값의 수혜국으로 조사됐다. 

유가 급락의 패자는 석유 최대 생산국인 사우디 아라비아가 아닌 러시아였다. 러시아는 유가가 40달러로 떨어질 경우 향후 2년간 GDP 규모가 평균 2.5% 쪼그라들 전망이다. 그나마 이는 러시아 루블화의 급락과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미국, 유럽의 제재 조치 등의 효과를 배제한 분석이다. 

이미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은 유가 하락으로 석유 판매수익이 줄면서 성장률이 위축됐을 뿐 아니라 통화 가치 급락으로 물가가 치솟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우디는 석유 판매수익이 수 십억달러 가량 줄었음에도 이를 보전할 수 있는 오일머니가 충분해 우려스러운 상황은 아니다. 

대표적인 석유 소비국가로 꼽히는 미국도 유가 하락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은 “단기적으로 유가 하락은 미국 경제 성장동력을 높여줄 것”이라며 “낮은 에너지 가격은 소비자의 수요를 향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가 하락은 세금감면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채취기술 발달로 셰일가스 등 새로운 석유 공급이 늘어나면서 미국 경제에서 석유산업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그러나 석유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장비와 인력 등에 자금수요가 급증하면서 빚도 늘어나고 있다. 기름값이 갑자기 급락할 경우 대출에 대한 익스포저도 증가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BMO캐피털은 저유가 장기화로 미국 경제가 일자리와 소비를 위해 석유산업에 상당히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에선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디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 유가 하락에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면서 임금이 위축되고 그로 인해 경제 성장세가 악화될 수 있단 우려에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 그렉 다코는 “규모가 큰 경제에선 유가 하락의 혜택이 산업 전반에 미치는 효과가 더 적은 것 같다”며 “(유가의) 급격한 변화는 다양화된 경제보다 에너지에 초점을 맞춘 경제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PS14121200319.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