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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 전,  수학시간에 배운 "사인, sin " 곡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복잡한 공식이나 대응방법은 하나도 생각이 안나는데,

" 올라가면, 내려가고 내려가면 올라가는 " 형태의 모습이라는 것은 어렴풋 기억이 납니다.

 

...

 

 

필리핀에 있다보면 " 아주 힘들때 " 가 있습니다.

때로는 본인의 결정때문에 , 때로는 타인의 영향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스개 소리로 이야기하는 " 머피의 법칙 " 처럼, 안 좋은 일들은 거의 동시 다발적으로

터지기도 합니다. 한국의 속담처럼 " 엎친데 덮친 격 " 입니다.

평생자란 한국에서는 " 인간적인 관계 " 가 필리핀보다는 폭 넓고 다양해 이런 어려움이 있다보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친한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고 주변사람들, 멘토등과 상담 고민도 해보지만

인간관계가 엷은 이곳 필리핀에선 힘들때 막상 찾아갈 사람도 없고 고민을 의논할 사람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5년전, 필리핀에서 믿었던 사람들에게 오해와 미움을 받고, 한국 사람들에게 염증을 느끼면서

한국사람들이 없는 필리핀 로컬 빌리지로 집을 짓고 들어 간 적이 있었습니다.

집을 짓는 과정에서 필리핀 사람들의 무책임한  부실공사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 머피의 법칙 " 처럼 교통사고를 당해 왼쪽 다리가 일부 부서져 버렸네요.

약 6개월간 깁스를 했는데 그 때가 제가 필리핀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에게 받은 스트레스, 공사로 인한 스트레스 그리고 제 몸이 성하지 못해서 생기는 스트레스 등

3중고에 낑낑거리고 있는데, 다리가 불편하니 사람을 만나기는 커녕, 집에서 몸조리를 해야하는

감옥 아닌, 감옥으로 들어선 느낌이였습니다.

이렇게 3개월 정도 보내고 나니, 마음이 심하게 우울하기 짝이 없더군요.

머리가 터질 것 같고, 너무 힘들어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필리핀 의사에게 상담을 받고

"우울증 " 약을 먹는 등 나름 신경치료를 받았지만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지금은 5년이란 세월이 지나서 추억이란 책장의 한편이지만, 그 당시에 했던 맘고생은 제게

이만 저만 큰 것이 아니였습니다.

 

...

 

사람의 인생은 수학의 사인곡선처럼, 좋을 때가 있고 나쁠 때가 있습니다.

이 말은 "항상" 좋지도 않고 "항상" 나쁘지도 않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이 잘나가고 좋을때는  " 교만 " 하기 쉽고

그 반대로 못 나가고 스트레스가 심해질때는 " 낙망 " 하게 됩니다.

어느 사회에서나 마찬가지이지만 "외국인"으로서 사는 "필리핀"에서는 더더욱 이런 것이 심합니다.

 

사람의 눈은 그 사람의 머리에 달렸듯이, 힘들 때 받는 고통은

내가 받는 고통이 제일 커보이고. 내가 하는 고민이 가장 어려워 보입니다.

한번 나쁜 일이 벌어지다가 자꾸 이런 일들이 겹쳐지고 반복 되어지면 자신감을 잃어가고

우울해지고, 사람들을 피하게되고 편협적, 극단적으로 변해집니다.

 

필리핀에 정착을 하거나 장기 거주를 하시는 분들은 이런 일들에 대해서 적어도 한두번씩은 고민

해보셨을 것 같습니다.

쉽게 생각하고 필리핀에서 진행했던  일들에 대한 실패와 쓴잔, 내맘대로 되지 않은

일 추진에 대한 자신감 상실 등등이 " 나만 "아니더라도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외국인들이

겪는 공통적인 고민꺼리입니다.

 

필리핀에서 이렇게 심리적으로 힘들때, 저는 항상 두가지를 생각하면서 이겨내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첫째는, 이런 고통을 나만 겪는 것이 아니라는 " 보편 " 에서

둘째는, 사인곡선이니까 언젠가는 다시 올라간다는 " 희망 "에서 입니다. 

 

사람이 찌그러지고 안좋은 일을 계속 겪으면, 본인의 생각도 자꾸 부정적으로 바뀌어져 갑니다. 

 

" 난 안돼 " 

" 난 하는 일마다 실패해 "

" 그래, 그렇지 내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 

" 난 뭘해도 안되나봐 "

 

자기를 자학하게 되고 비판하게 됩니다. 잃어져 가는 자신감과 함께 모든 것을 포기하기 까지 합니다.

 

실제로 필리핀에서 이런 절망감과 상실감때문 극단적인 행위, 자살, 살인 등을 하는 경우가

종종있습니다.

심리적인 위축감이 들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불안해지고 어려워집니다.

 

...

 

사인곡선의 "희망"은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이 너무나 멀리 있는 것 처럼 느껴지면

자신에게 스스로 "최면"을 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저는 이런 일로 힘이 들면, 잘때 그리고 일어날때마다 스스로에게 "희망"의 최면을 걸려고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 오늘은 엄청나게 좋은 일이 내게 생길 꺼야 "

" 내일은 뭔가 행운이 내게 떨어질꺼야 "

" 오늘은 내 인생에서 가장 운수 좋은 날이 될꺼야 "

" 내일은 뭔가 좋은 일들이 나한테 터지기 시작할꺼야 "

 

뭔지 모르지만, 뭐라고 정해놓지도 않았지만 " 럭키한, lucky 운수 대통인 " 일들이

내게 생기지 않을까? 라는 무의식속의 "기대감 "에 대한 최면이였습니다.

계속 이런 최면을 걸다보면, 어느순간 하루를 기대감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줄어들고, 긍정의 끈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제 경우도 이런 행동이 조금 도움이 되어서 지금은 그 당시 겪었던 최악의 사인 곡선을 많이

벗어난 상태입니다.

 

비가 오고나면 해가 뜨듯이 ... 우리의 힘든 여정에서 버티면, 좋은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고통의 우물에서 벗어나기 위한 희망의 동아줄은 어찌보면, 남이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

 

얽어서 짜내는 것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고통의 순간들은 지나보면 인생의 여러 페이지 중의

한페이지 였지만, 지나지 못할 경우에는 그 페이지가 마지막이 될 수 있습니다.

 

타국, 특히 필리핀에서 어렵고 힘든 시기를 겪는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고자

이 글을 적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