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노 아빠찾기’, ‘소송시장’에 악용되나?
‘코피노’와의 만남
코피노 문제를 다룬 '아빠를 찾습니다' 방송이 나간 뒤 회사 선배 한 분이 저에게 방송을 잘 봤다면서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프로그램 첫머리에 코피노 아이를 만나는 상황이 연출 아니었느냐고요. 그런데 연출이 아니었습니다. 필리핀 세부의 한 빈민가 뒷골목에 들어갔는데 촬영기자 선배가 유달리 흰 피부가 튀어 보이는 한 아이를 발견했던 거죠. 그 아이를 따라가 보니 아이를 홀로 키우는 어머니는 떠나버린 한국인 아버지의 사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 ‘코피노’ 대신 ‘코필’이라 말하는 교민들
이 만남은 '코피노'에 대한 저의 생각을 많이 바꿔놨습니다. 사실 저도 코피노의 실체에 대한 의문이 있었거든요. 필리핀 현지에서 만난 일부 교민들도 저에게 이런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필리핀에서 십 년 넘게 살았지만, 자신이 실제로 본 '코피노'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고 말입니다. 한국 사회에 알려진 코피노 이야기는 과장됐고, 한국인들의 잘못이 지나치게 부각됐다고 설명했습니다. 1만 명에서 3만 명으로 추산되는 코피노의 숫자 역시 부풀려졌다고도 했습니다.
일부 교민들의 주장처럼 코피노 숫자를 추산하는 근거가 정확하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한국 사회와 달리 필리핀 문화에서는 '싱글맘'이 '혼혈' 자녀를 키우는 일이 특별하거나 부끄러운 일이 아닌 것도 맞습니다. 필리핀 사회에서는 '코피노'라는 사실이 우리가 느끼는 정도로 '주홍글씨'는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더구나 필리핀 여성과 결혼해 정상적인 가정을 꾸린 교민들 입장에서 '코피노' 이야기가 반복되는 것은 그야말로 속 터지는 일일 겁니다. 아이를 낳아 잘 기르고 있는데 죄 없는 아이들에게까지 '코피노'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지게 되니까요. 그래서 필리핀 교민사회에서는 코피노라는 표현과 구분해,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혼혈 2세'를 '코필'이라고 부르자는 운동을 펼치고 있기도 합니다.
■ 친자 소송…그 결과는
필리핀의 빈민가에서 실제로 만난 코피노들의 수는 적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물질적으로, 또 정신적으로도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도움'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도움'은 인도적이지만 개별적으로 이뤄졌던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모자라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국내의 아동인권단체들과 공익법무법인이 코피노를 돕기 위해 지난해 처음으로 친자확인소송을 제기했던 이유도 같은 이유에서 였습니다. 현실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코피노들의 수는 많은데, 몇몇 NGO들을 위주로 펼쳐지고 있는 인도적인 도움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니까요. 코피노가 소송에서 승소하면 한국 국적 취득이 가능해지고, 친권자에게서 양육비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친자확인소송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불러왔습니다. 전문적으로 소송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겁니다. 어떤 사람들은 '코피노지원단체'라고 평가하는 반면에 다른 사람들은 '브로커'라고 혹평하고 있는 'WLK(We Love Kopino)'가 대표적인데요. 소송을 원하는 코피노 맘에게 국내 법무법인을 중개하고, 소송 과정을 돕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더구나 수수료의 액수가 코피노들이 받는 합의금이나 위자료의 절반에 달하고, 그 절반을 다시 이 단체가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져 거센 여론의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이 사건을 대신 수임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문제까지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특히 WLK의 설립자인 구 모씨는 코피노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한국인 남성들의 사진과 신상정보를 자신의 블로그에 '아빠 찾기'라는 이름으로 일방적으로 공개해 더 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이같은 '신상정보 공개는 명예훼손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모두 위반하는 범죄행위라는 것이 법조계의 판단인데요. 블로그를 운영하기 위한 서버를 제공하는 포털업체측이 '아빠찾기' 게시판을 차단하자 구씨는 '아빠찾기'게시판을 해외 서버로 옮겨 '폭로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6월부터 이런 방식으로 사진과 신상을 공개한 한국인 남성이 지금까지 33명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17명이 연락을 해와서 신상정보를 삭제했다고 구씨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 누가 ‘코피노 사업’을 키웠나?
교민사회 일부에서는 구씨의 이같은 '신상정보' 공개가 코피노들 친자확인소송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소송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아버지로 추정되는 한국인 남성을 특정해야 하는데, '아빠 찾기'를 통해 쉽게 그 소송대상을 찾을 수 있다는 겁니다. 또 해당 남성에게 합의에 응하도록 종용하는 수단으로까지 악용될 수 있다는 건데요. 이에 대해 구씨는 '아빠 찾기'는 소송을 위한 것이 아니며, 소송과 관련해서는 당사자인 코피노맘들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른다고 주장했습니다.
의도가 어찌 됐든 코피노들의 법적인 권리 찾기, 이른바 '코피노 소송'이 하나의 법무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법조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지난 1년간 이미 백여 건에 달하는 코피노 소송이 국내 법원에서 제기됐다고 합니다. 심지어 취재진과 만난 필리핀 변호사들까지 이같은 소송에 관심을 보일 정도였으니까요.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고 부인하는 아버지와, 아이의 아버지가 맞다고 주장해야 하는 코피노맘이 법정에서 다투는 상황은 보기 좋은 그림이 아닐 겁니다. 더구나 여기에 돈 문제가 얽히고, 다른 사람들이 끼어들면 더 그렇겠지요. 그렇게 돼서는 안 되겠지만 이같은 과정에서 많은 가정이 파탄 나는 등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방송이 나간 뒤 인터넷에는 지금의 사태가 누구의 책임인지 성토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과연 이 '코피노 소송 시장'을 키운 건 누구일까요. 처음 소송을 성사시킨 아동인권단체? 선의로 소송을 돕겠다고 나선 공익 법무법인? 코피노맘들을 찾아내 법무법인과 연결한 '소송 브로커'들? 각자 일부의 역할은 있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닐 겁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혈육을 남겨둔 채, '법적인 해결방법'을 강요받을 때까지 책임을 회피했던 일부 한국인 남성들의 문제가 가장 크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다음은 코피노를 일부 '개인'들의 문제로 돌리면서 철저히 선을 긋고 있는 대한민국 정부와 외교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피노'와 비슷한 '자피노'(일본인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 태어난 혼혈2세) 문제를 먼저 경험한 일본은 법을 개정해 자피노들이 일본국적을 쉽게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정부가 자피노 재단을 지원하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자피노들이 일본으로 들어오거나, 일본 현지 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돕고 있기도 합니다.
AI answer
Lorem ipsum dolor sit amet consectetur adipisicing elit. Aliquid pariatur, ipsum similique veniam. Quisquam, quod. Quisquam, quod. Quisquam, quod. Quisquam, quod. Quisquam, quod. Quisquam, quod. and the drug lord.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