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아키노 정상회담…중고 TC90 훈련기·대형 순시선 제공 검토
일왕 부부 내년에 필리핀 방문 추진, 대규모 엔 차관 제공

 

일본 정부는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필리핀에 방위 장비를 제공하기로 했다. 필리핀의 중국 견제를 전폭 지원하는 것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9일(현지시간)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과 마닐라에서 회담하고 방위 장비품·기술 이전에 관한 협정 체결에 관해 큰 틀에서 합의했다.

양측은 되도록 빨리 협정 서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일본은 협정 체결 후 해상자위대의 훈련기용 항공기인 TC90 중고품을 필리핀에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 정부는 작년 4월에 무기 수출을 허용하도록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을 새로 만들었으며 이에 따라 타국에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군수품 제공이 가능해졌다.

아베 총리는 19일 회담에서 필리핀의 연안 경비대 능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일본이 계속 지원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또 필리핀이 요청한 대형 순시선 제공에 관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필리핀이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상설중재재판소에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문제의 중재를 신청한 것에 대해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일본 정부가 필리핀의 해상 대응력 강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동중국해에 있는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를 두고 중국과 영유권 다툼 중인 일본은 남중국해에서 역시 중국과 분쟁 중인 국가들과 공동 전선을 모색하고 있다.

양국 정부는 마닐라의 교통 체증 해소를 목표로 추진되는 남북통근철도 건설을 위해 일본이 필리핀에 2천420억 엔(약 2조2천738억원) 규모의 엔화 차관을 제공하고 양국 사이에 사회보험료가 이중 부과되는 것을 없애기로 한 사회보장협정에 19일 서명했다.

아베 총리는 아키히토(明仁) 일왕 부부가 내년 초에 필리핀을 방문할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외교 소식통은 1월 하순으로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