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대선정국이 초반부터 공정성 시비로 얼룩지고 있다.

유력 여성 후보의 자격 박탈에 이어 지지 후보 여론조사 결과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여론조사업체 SWS가 11월 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다바오시 시장이 지지율 38%로 1위를 기록했다는 결과가 지난 6일 공개되자 필리핀 언론들은 이를 크게 보도했다.

지난 9월 조사 때 지지율 11%로 4위에 그쳤던 두테르테 시장이 당시 1위(지지율 26%)에 오른 그레이스 포(여) 상원의원을 단숨에 제친 것으로, 대선 판도가 뒤바뀌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포 의원은 11월 조사에서 2위(21%)로 밀렸다.

그러나 이번 여론조사가 다바오 시에 있는 한 사업가의 의뢰로 실시됐고 질문도 두테르테 시장이 대선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는 점을 명시하며 지지 후보를 고르도록 해 공정성 문제가 불거졌다.

에드윈 라시에르다 대통령궁 대변인도 7일 이런 점을 들어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번 조사에서 집권 자유당(LP) 후보인 마누엘 로하스 전 내무장관은 제조마르 비나이 부통령(26%)에 이어 4위(15%)에 머물렀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다바오 시장(AP=연합뉴스 자료사진)
로드리고 두테르테 다바오 시장(AP=연합뉴스 자료사진)

 

두테르테 시장은 현지 언론에 대통령에 당선되면 범죄자를 죽이겠다는 발언을 해 인권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만약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범죄자들이 숨는 게 났다"고 말한 데 이어 11월에는 "마약상을 수용할 장례식장이 더 필요할 것"이라며 자신에게 죽지 않으려면 필리핀을 떠나거나 자살하라고 주장했다. 

그는 1990년대 다바오 시장 시절에는 사법 절차를 무시하고 마약상과 유괴범 등을 처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까지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렸던 포 의원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1일 자신의 후보 자격을 박탈한 데 대해 재심을 요청하고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관위는 한때 미국에 살았던 포 의원이 '자국 내 10년 거주'라는 후보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포 의원은 기록상의 오류라며 자신의 출마를 막으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포 의원은 아기 때 교회에 버려져 유명 영화배우이자 2004년 대선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신 고(故) 페르난도 포에게 입양됐다. 양모의 동생인 여배우 로즈메리 소노라가 포 의원의 생모로, 마르코스 전 대통령과의 불륜으로 포 의원을 낳았다는 소문이 따라다닌다.

후보 자격 논란에 휩싸인 포 의원의 선거 참여 여부가 내년 5월 치러지는 필리핀 대선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레이스 포 상원의원(AFP=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레이스 포 상원의원(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