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헬레스 식당 방문기 4
어떤 서양 할배가 이런 말을 합디다.
“내가 필리핀을 좋아하는 이유는 필리핀에는 추억이 남아있어서 좋다. 오래전에 필리핀에서 생활할 때의 추억을 지금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서 좋다.”
푸근하고 좋은 말이죠.
그러나 제게는 이렇게 들렸습니다.
“20년 30년전 필리핀과 지금의 필리핀이 별반 다르지 않다. 발전이 없는 나라다.” 라고요.
제가 필리핀에 처음 여행 온 것이 10여 년 전이니까 저도 웬만큼 오래 전 필리핀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그 이전부터 이곳에 터를 잡고 사시는 많은 선배 교민분들에게는 새발에 피일 테지만요.
정말 한국 사람이 이 동네 점령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앙헬레스 외국인중 한국인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호주사람이랍니다. 마퀴몰 이민국 통계랍니다. 지금이야 필즈에 프렌드쉽에 한식당도 많고 한국 호텔도 많습니다. 그러나 10여년 전에는 조금 사정이 달랐던걸로 기억합니다. 물론 한식당 한국호텔이 있었겠지만 그때는 잘 몰랐었죠.
처음 앙헬레스에 놀러와서 지프니를 타봤을 때가 생각이 납니다. 쿨럭거리는 고물 지프니를 타고 체크포인트에서 프렌드쉽까지 가본 것이었죠. 그 당시에도 트라이시클 가격이 만만치 않았던거 같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첵포인트에서 프렌드쉽까지 100페소 정도 줬던거 같습니다. 100페소야 며칠 놀러온 관광객에게 그리 큰 돈은 아니지만 천생이 좀생이인 저는 그돈도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지프니를 타보기로 결심합니다. 그 때랑 비교하면 참 많이 변했습니다. 프랜드쉽까지 가는 길가에 그 때는 없었던 건물들이 하나둘씩 들어서고 새로운 호텔이며 식당들이 들어서는 걸 보며 필리핀도 조금씩은 바뀌는 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프랜드쉽 삼거리쪽에 로컬 수퍼마켓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옆에는 아리랑 식당, 그리고 그 옆에는 지금도 영업 중인 식당이 있죠. 제가 처음 들어가본 한식당은 아리랑 식당입니다. 외국에 여행와서 내리 며칠간을 고기와 빵만을 먹다보니 소화도 안되는 것 같고 밥먹어도 그 양분이 에너지로 변환되는 것 같지도 않고 그랬답니다. 지프니를 타고 프랜드쉽 지프니 스탑에서 내려 아리랑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한식당 특유의 냄새가 납니다. 김치익어가는 냄새 각종 국물들이 보글보글 끓는 냄새 등등.
그때 주문했던 메뉴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저는 해물뚝배기, 친구는 뼈다기탕을 주문했더랬죠. 한식당답게 밑반찬이 깔립니다. 감자볶음 어묵볶음 등등 두어번 더 시켜 먹었지요. 한식당 인심이 이래서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주문한 본 음식이 나오고 한 숟가락 뜨는데... 이보다 더 맛있을 수 없더군요. 물론 한국에서 먹는 해물탕 감자탕에 비할 맛은 아니었겠지만, 적어도 그때 만큼은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해물탕집 보다 아리랑 식당 해물뚝배기가 더 맛있었습니다. 뜨끈하고 매콤한 국물을 들이키고 나니 힘이 솟아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린홍합이랑 새우 몇 개랑 무 쪼가리 넣고 끓인 국물이 무슨 십전대보탕마냥 원기를 회복하는 힘이 있었겠습니까마는 며칠간 치즈와 빵조각에 시달인 위장이 다시 깨끗하게 다시 태어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역시 한국인은 한국음식을 먹어야 해~!라고 생각하는 중이었죠.
그 날 식사 중에 옥에 티가 있었다면 우리 밥상에 불청객이 있었다는 거죠.
이피스.
남자 두 명이서 벌레에 쫄았네요. 결국 제가 밥공기 뚜껑으로 덮어 놓았습니다.
지금 같으면 열폭하고 사장님에게 이게 뭐냐고 따졌겠지만, 그날은 며칠 만에 맛본 한식에 마음히 상당히 푸근했었더랬습니다.
그 후에 다시 앙헬레스에서 몇 달 지낼 때 종종 아리랑식당에 들렀습니다.
아리랑 식당이 그 옆 식당보다 50페소씩 음식이 저렴했었으니까요.
이미 없어진 식당이라 그런지 이피스가 튀어나온 내용도 좋게 글이 써집니다.
실은 식당에 들어갔을 때의 느낌이 산뜻하고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식탁에 앉았을 때 느껴지는 느낌은 식탁을 잘 안닦았는지 약간 찐득한 그런 느낌, 식당 내의 조명이 어두운 데다가 햇볕을 차단하기위해 진한 틴팅을 해놓은 창문 덕에 전체적으로 어두운 식당내부의 느낌, 이런 것들을 종합하면 분명히 깔게 많았던 식당입니다. 하지만 어차피 없어진 가게고 10년전 나름대로의 추억이 있는 가게라 막 까지지가 않는군요.
좋았던 기억이나 나빠던 기억이나 과거의 기억은 현재라는 기준으로는 언제나 추억의 대상이 되는 듯합니다. 힘들던 고3시절이 어렴풋이 그리워지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앞으로 필리핀에서 얼마나 더 살지 모르겠습니다.
필리핀은 변하고 있습니다.
분명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앞서 말했던 서양할배처럼 언젠가 저도 필리핀을 추억하게 되겠죠.
AI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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